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 정부가 공백이 없이 국정운영을 잘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힘든 선거를 치르느라 수고를 많이 했다”며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다”며 “대통령 사이의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조만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많이 가르쳐 달라”며 “빠른 시간 내에 회동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인사를 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알리며 “당선 축하 인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께서는 효율적으로 정부 인수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는 5분여 이어졌다.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와 관련 “해야죠”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날 통화에서는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오후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통해 윤 당선인에게 축하난을 전달했다. 윤 당선인을 접견한 유 실장은 “인수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이라도 도움 받아야 할 게 있으면 말씀해 달라. 편한 날을 주면 거기에 맞춰 만나겠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빠른 시일 내에 연락을 드리겠다”며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 수석이 계속 통화해달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르면 다음주 중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2007년과 2012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당선 9일만에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박 대변인을 통해 이번 대선 결과와 관련 “선거 과정이 치열했고 결과 차이도 근소했지만, 이제는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국정 공백 없이 마지막까지 국정에 전념하며 차기 정부가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별도로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한 박 대변인은 “당선된 분과 그 지지자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낙선한 분과 그 지지자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부분을 읽다 감정이 격해진 듯 눈물을 흘리면서 브리핑은 5분여 중단되기도 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대선 결과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결국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청와대가 대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박 대변인의 이날 행동이 사실 청와대 내부의 침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