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미 눈치 본다…한주에 5만원 '역대급 배당금' 기업 어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식 차트 이미지. [셔터스톡]

주식 차트 이미지. [셔터스톡]

본격적인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배당금을 크게 늘리고 있다. 동학 개미의 목소리가 커지고, 최근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자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 기조가 보다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주요 대기업 중에는 효성그룹이 눈에 띈다. 효성티앤씨는 보통주 한 주에 5만원을 현금 배당할 계획이다. 2020년 주당 5000원에서 10배로 늘렸다. 배당금 총액이 2157억원이다. 주요 상장사 중 주당 배당금이 가장 많이 늘었다. 효성첨단소재도 주당 배당금 1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수요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 1조42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재계에선 효성티앤씨의 실적이 좋기도 했지만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추진과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오는 17일 주총을 앞두고 각각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공시했다.

다만 여론이 부담이다. 경제개혁연대는 8일 논평을 통해 두 사람의 과거 처벌 전력을 거론하며 “사내이사 후보로 부적절하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주주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성 측은 “지난해 효성티앤씨가 순이익이 많이 났기 때문에 배당금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가 계열사 사내이사로 추가로 나서는 데 대해선 “대규모 설비 증설을 계획하는 등 보다 빠른 결정으로 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효성. [연합뉴스]

효성. [연합뉴스]

금호석유화학은 25일 주총을 앞두고 보통주는 주당 1만원, 우선주는 주당 1만50원으로 역대 최고액의 배당안을 통과시켰다. 전년도의 보통주 주당 4200원, 우선주 주당 4250원 배당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렸다.

이는 회사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의 주주제안을 의식한 배당안으로 해석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 전 상무는 지난달 주주제안을 발송하며 회사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주식 8.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10.22%를 갖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보통주 주당 1만4900원, 우선주 주당 1만4950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회사 측은 “이럴 경우 배당금 총액은 4184억원으로 지난 3개년도(2018~2020년) 배당 총액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의 주주환원을 지향하는 회사의 정책과 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도 배당에 적극적이다. 카카오는 주당 53원, 총 230억원을 배당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설립 후 첫 배당이다. 또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재원으로 이 중 5%를 현금배당,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최근 계열사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이후 주가가 30%가량 하락하자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한다.

이 밖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기조 속에서 지난해 경영 실적이 개선된 기업 등이 배당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당 1540원으로 배당금을 결정했다. 전년 대비해 30% 이상 늘린 액수다. 포스코 역시 배당금을 전년 대비해 두 배 올렸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지난달 28일까지 배당을 발표한 853개사 중 배당금을 전년보다 늘린 기업은 66.6%(568곳)이다. 1조원 이상 배당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기아, KB금융, SK하이닉스, 신한지주 등 7곳이다. 지난해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상장사들의 전체 배당금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미국‧유럽‧중국보다 낮고, 낮은 배당 성향은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라면서도 “주주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야 하는 배당보다는 주가 상승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어서 기업은 여러 방향으로 주주환원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