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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깜짝흑자’ 발표 20분 뒤 조카는 “복귀” 의지…금호석화 분쟁 2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금호리조트를 인수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금호리조트를 인수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리조트가 금호석유화학그룹에 인수된 지 9개월 만에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회사에서 해임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는 회사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재계에서는 금호석화에서 이른바 ‘조카의 난’이 다시 불거진 것으로 해석한다.

21일 금호석화그룹은 금호리조트가 지난해 영업이익 5억원, 당기순이익 2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7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금호리조트는 지난해 4월 금호석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며 “계열 편입 이전 1분기 실적이 포함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9개월 만에 수익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금호석화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박찬구 회장이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금호리조트 사업부 정밀진단을 진행하고, 최적화한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투자도 늘리고 있다. 금호리조트는 지난해 설악·화순리조트 객실 196개에 이어 현재 통영·제주·설악리조트 객실 148개를 리뉴얼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아산스파비스 워터파크 인근에 카라반과 글램핑장 등 신규 시설을 개장할 예정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리조트는 박찬구 회장의 셋째 형인 박삼구 회장이 이끌던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였다. 2019~2020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2월 총 2553억원을 들여 금호리조트를 인수했다. 범(凡)금호가의 자산을 품는다는데 의미를 둔 결정이었고, 박찬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하지만 박 전 상무는 이를 두고 “정상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지배구조 아래서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금호리조트 인수는 석유화학 기업인 금호석화와 사업 연관성도 없고 시너지가 발생할 수 없다”며 “가격도 현격히 높은 수준에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이날 박 전 상무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회사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호석화가 금호리조트의 ‘깜짝실적’을 발표한 뒤 20여 분 뒤였다.

박 전 상무는 “선친의 20주기를 맞은 올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 세운 금호석화의 경영 현장에서 땀을 흘려야 하지만, 아직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어 선친을 뵐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또 “금호석화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경영자로 복귀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내달 주총을 앞두고 낸 주주제안에서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둘째 형인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주식 8.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10.22%를 갖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4일 박 전 상무는 다음 달 금호석화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올해 임기가 만료하는 사외이사 2명의 후임 후보를 추천하고 배당과 성장 전략에 대한 제안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박 회장측과 주총에서 맞섰지만 패했다. 이후 금호석화는 박 전 상무가 임원으로서 시간과 비용을 업무에 무관한 곳에 사용하고, 부적절한 방식을 통해 의견을 제기했다며 해임 통보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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