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한 루블화로 빚 갚겠다는 러시아…기업들 ‘환차손’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22.03.09 00:02

업데이트 2022.03.0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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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국제 금값이 장중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국 금거래소에 진열된 골드바. [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국제 금값이 장중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국 금거래소에 진열된 골드바. [뉴스1]

러시아 정부가 정부령으로 비우호적 국가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포함했다. 자국과 자국 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 국가나 지역을 지정해 경제·통상 제재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맞닥뜨린 러시아가 ‘역 제재’에 나서는 것이다.

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비우호국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기업이 진 해외 채무를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오전,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1달러당 150루블 정도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달러당 70~80루블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루블의 가치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러시아는 이마저도 시장 환율이 아닌 러시아 중앙은행이 매달 1일 고시하는 환율을 기준으로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1달러당 93.6루블이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루블화 가치보다 자국 통화 가치를 60%가량 높게 책정했다.

결국 러시아 채권을 보유하거나 러시아 기업에서 받을 돈이 있는 투자자는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예컨대 1만 달러의 러시아 채권에 투자한 기업이 이를 상환받을 경우 시장가로는 150만 루블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93만6000루블만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제로 루블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환율은 상승)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8일 오전 서울의 한 페인트 판매업체 모습. 원료의 특성상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내 페인트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의 한 페인트 판매업체 모습. 원료의 특성상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내 페인트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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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업에서 받을 대금이 있는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현지에서 루블화로 주로 거래해온 국내 기업은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이미 큰 환 손실을 본 상황에서, 달러로 받아야 하는 기존 수출대금까지 루블화로 받게 돼 추가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러시아에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계약 규모만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방 국가의 강력한 금융제재로 러시아의 파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 금융사는 잇달아 러시아와 결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오는 31일부터 JP모건의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신흥시장회사채지수(CEMBI), 신흥시장국채지수(GBI-EM) 등에서 러시아 채권을 제외한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은 “러시아가 (JP모건의) 채권지수에서 퇴출당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각종 상품의 러시아 채권 매입이 중단된다”며 “JP모건이 그만큼 러시아에 대한 투자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이번 조치는 서방의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JP모건은 지난 1일 러시아를 관찰 대상국으로 올려놨고, 지난 6일 보고서에서는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오는 16일 7억 달러(약 8500억원) 상당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JP모건은 서방국가의 제재로 일부 자산이 묶인 러시아가 부채 상환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손절’에 나선 건 JP모건뿐이 아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의 투자 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9일부터 신흥국(EM) 지수에서 러시아를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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