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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모시기부터 커뮤니티까지…대기업 패션몰 이제 온라인에서 붙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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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물산의 SSF샵, LF의 LF몰,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의 더한섬닷컴과 EQL,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코오롱몰 등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온라인몰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호실적을 올린 데는 온라인몰 매출의 역할이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패션 대기업들의 온라인몰은 자사 브랜드를 소개하는 온라인 창구 정도의 역할인 ‘자사몰’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타 브랜드는 물론 다양한 콘텐트까지 싣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각사의 온라인몰 매출도 전체 매출액 대비 20~30% 내외를 차지해 적지 않다.

주요 패션 기업 자사몰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패션 기업 자사몰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MZ 콘텐트 강화하는 한섬, 커뮤니티 만드는 SSF샵

7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스포츠 컬처 콘텐트 스타트업 ‘왁티’에 지분 투자에 나섰다. 53억5000만원 규모로 한섬이 외부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왁티는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콘텐트 기업으로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 ‘골스튜디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이 국내 스포츠 콘텐트 기업 '왁티'에 지분 투자에 나섰다. [사진 왁티 인스타그램]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이 국내 스포츠 콘텐트 기업 '왁티'에 지분 투자에 나섰다. [사진 왁티 인스타그램]

한섬의 이번 투자는 2020년에 론칭한 모바일 편집숍 ‘EQL’의 콘텐트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EQL은 MZ세대를 위한 패션 앱으로 해당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무신사를 모델 삼아 시작된 채널로 알려져 있다. 한섬 측은 “왁티와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M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콘텐트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EQL 내 스포츠·스트릿 콘텐트도 함께 기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섬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모바일 편집숍 EQL. [사진 한섬]

한섬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모바일 편집숍 EQL. [사진 한섬]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SSF샵은 지난달 스타일 커뮤니티 서비스 ‘세사패 다이버’를 오픈했다. 세상이 사랑하는 패션(세사패)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공간이자 사랑하는 브랜드를 ‘다입어(Diver)’ 보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SSF샵 내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누구나 스타일링 콘텐트를 자유롭게 올리고 소통하며,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1000개 이상 콘텐트가 올라오는 등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SSF샵의 세사패 다이버 페이지. [사진 삼성물산]

SSF샵의 세사패 다이버 페이지. [사진 삼성물산]

김동운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영업사업부장(상무)은 “패피(패션피플)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표현하는 공간인 ‘태그니티(tag+community)’가 시장의 화두”라며 “패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스타일링을 공유하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패션 전문 리뷰 커뮤니티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몰은 '쇼핑의 재미를 체험하는 쇼핑몰'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이콘과 이모티콘을 제작, SNS채널 등에 노출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 FnC]

코오롱몰은 '쇼핑의 재미를 체험하는 쇼핑몰'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이콘과 이모티콘을 제작, SNS채널 등에 노출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 FnC]

온라인에서도 ‘고객 경험’ 챙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패션 수요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무신사와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관련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향후에도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기존 정통 패션 대기업들과 중견기업들도 저마다 온라인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갈고 닦은 고객 경험 전략을 온라인에 이식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 빌리지(S.I.VILLAGE)는 고급화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패션 온라인몰로 정평이 나 있다. 2020년 업계 최초로 재고 면세품 판매에 나서 접속자 폭주 등으로 화제가 된 이후 안정적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이름을 따와 ‘시마을 럭셔리군’으로 TV 광고를 하는 등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럭셔리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수천만 원이 넘는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등 미술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에스아이빌리지는 25개 고가 럭셔리 브랜드에 100% 정품을 보장하는 디지털 보증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스아이빌리지는 25개 고가 럭셔리 브랜드에 100% 정품을 보장하는 디지털 보증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미 오래전부터 패션 업계 내에서 백화점급 우수 고객 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섬도 더한섬닷컴 최상위 고객을 위한 세탁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섬세한 VIP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VVIP 고객의 구매력이 더욱 향상되는 상황을 고려한 전략이다.

자사몰 넘어 패션 플랫폼화

자사 브랜드만이 아니라 자사 브랜드를 사는 고객들이 살만한 다른 브랜드도 유치하는 것도 특징이다. LF몰은 패션몰을 넘어 종합 라이프스타일 몰을 내세워 패션뿐 아니라 리빙 제품 등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LF몰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간편 결제 서비스인 ‘LF페이’를 출시했다. 여섯 자리 결제 비밀번호만으로 빠르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LF몰은 결제 편의성을 높여 '끊김 없는' 쇼핑 경험을 위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LF]

LF몰은 결제 편의성을 높여 '끊김 없는' 쇼핑 경험을 위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LF]

코오롱몰도 자사 브랜드는 물론 자사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500여 개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 자체 콘텐트 강화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브랜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 라이브 방송이 아닌, 정호연·공명·조세호 등이 출연하여 토크쇼나 예능 형식을 취하는 등 자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무신사를 필두로 한 신생 업체 중심으로 판이 짜여 있던 온라인 패션 시장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도 속속 가세하는 형국”이라며 “각 기업이 리포지셔닝(시장에서의 위치 재설성)을 위해 자사몰을 플랫폼화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MZ세대도 중요하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에 많이 진입해 성장 가능성 큰 50~70대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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