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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ㆍ삼척 등 산불에 축구장 2만여개 면적 잿더미…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의 주택들이 울진·삼척산불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의 주택들이 울진·삼척산불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동남권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은 발생지역이 워낙 넓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사이 축구장 면적의 2만여개에 해당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0여 년 전 '동해안 산불' 이후 최악 피해 

6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전국 3개(5개지역) 주요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1만5420㏊(6일 오후 6시 기준)에 달한다. 축구장(0.714㏊) 2만1597개를 모아 놓은 면적과 같다. 산림 피해 대부분은 지난 4일 처음 산불이 발생한 울진지역으로 1만2695㏊가 탔다. 불이 번진 삼척은 656㏊가 소실됐다. 60대 방화범이 구속된 강릉은 1825㏊, 나머진 동해 169㏊, 영월 75㏊ 등이다.

이번 산불은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발생한 ‘동해안 산불’ 다음으로 피해면적이 넓다. 2000년 당시 강원 고성·강릉·동해·삼척·경북 울진 등 5개 지역 산림 2만3794㏊가 탔다.

강원 강릉~동해 피해상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강원 강릉~동해 피해상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제는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진화율은 40~50% 정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산불은 바싹 마른 산림에 ‘양간지풍’으로 불리는 강풍이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욱이 동남권 곳곳에서 발생해 진화헬기와 같은 핵심장비를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6일 울진 현장지휘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울진 산불의 경우) 화선 길이는 60㎞ 정도다. 현재 40%가 진화됐다”고 밝혔다.

그 사이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주택 등 건물 463개(울진 388개·강릉 옥계 12개·동해 63개소)가 불에 전소하거나 그을렸다. 주민 1075명이 터전을 잃고 28곳의 임시 주거시설에 분산돼 생활하고 있다. 문화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강원도 기념물 13호인 동해 어달산 봉수대 일대가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불로 통제된 고속도로와 일반열차 운행은 이날부터 재개된 상태다.

정부, 울진·삼척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난 4일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해 동해시까지 확산한 산불이 6일 새벽 망상동 지역에서 긴 띠를 형성하면서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해 동해시까지 확산한 산불이 6일 새벽 망상동 지역에서 긴 띠를 형성하면서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6일 대형 산불 피해가 집중된 울진·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런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셨으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실 것”이라며 “정부는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해당 지역에 대한 피해조사를 벌인 뒤 복구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따른 복구비 등은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피해 주민들은 건강보험과 통신·전기·도시가스 요금 등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불 어떻게 번졌나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후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지난 5일 다시 남하해 6일 울진읍 외곽까지 확산했다. 다행히 현재 울진 한울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는 안전한 상태다. 다만 현재 산림당국은 울진 금강송 군락지 방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를 찾아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북 울진군 신화2리를 찾아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하루 뒤인 지난 5일 오전 1시8분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동해시까지 번졌다. 산불이 도심 속 주택가와 묵호항 인근까지 번지면서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연기와 재가 도심을 뒤덮으면서 시민들은 시야 확보와 호흡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산불발생.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산불발생.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지난 4일 낮 12시45분쯤 영월군 김삿갓면 외룡리에서 발생한 산불도 아직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산불진화헬기와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산세가 험해 인력 접근이 어려운 탓에 주불을 진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밖에도 부산 강서구와 경남 사천군 등에서도 이날 산불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났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 진화의 핵심은 헬기 투입인데 강풍이 불거나 야간에는 헬기가 뜨지 못하는 데다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 신속한 투입도 어려워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헬기 투입이 어려운 경우 주요시설과 민가를 중심으로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우선순위를 정해 진화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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