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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저하고? 상저하저. 올해는 그냥 쉬세요”…'닥터둠'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어서와 이런 조정은 처음이지?’ 많은 분이 1~2월 호되게 마음 수련을 했을 텐데요. 금리 인상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정말 정신없이 몰아쳤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찌감치 이런 조정을 예상한 분이 있었으니 국내 대표적인 ‘닥터둠(경제비관론자)’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입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조정장에서의 합리적 투자법'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종우 이코노미스트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조정장에서의 합리적 투자법'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얼마나 슬픈 얘기를 들으려고 인터뷰까지 했느냐 하실 수도. 하지만 주식 투자는 달콤한 연애가 아닙니다. 기분 좋은 얘기만 계속 들을 순 없죠. 최근 자주 성장주를 다뤘는데 ‘성장 산업과 성장주는 구분하라’는 냉철한 조언에 뜨끔했네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그를 만나 30년 증권업계 내공을 퍼왔습니다.

오랜만에 봬요.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닥터둠’이란 별명 어떠세요?
좋을 리가. (웃음) 어떻든 한번 굳어지면 사람들 생각을 참 바꾸기 힘들죠. 브렉시트 때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엔 긍정적인 전망도 많이 했는데 그런 건 기억을 안 해주더라고요. 좀 다르게 생각하면 캐릭터가 없는 거보단 있는 게 낫죠. 낙관론자는 차고 넘치니까 걱정거리부터 말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둠 답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의 조정 가능성은 언급하셨습니다. 결국 맞았고요.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본 건가요?
일단 코스피가 어느 정도 고점이라 봤고, 유동성 회수와 긴축 시그널이 명확했으니까요. 그리고 경기 상황인데요. 2020년 하반기부터 달아올랐으니 올해 상반기면 약 2년이 되는 건데 이 정도 기간의 경기 확장이면 전반적으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 세 가지를 종합했을 때 3000대를 유지하긴 어렵다고 본 거죠.
미 연준. 연합뉴스

미 연준. 연합뉴스

요즘 증시의 시작도 끝도 긴축입니다. 속도는 어떨까요?
일단 저는 미국 연준이 여러 차례 실기했다고 봐요. 2020년 코로나 공포가 워낙 컸으니 당장 강한 정책을 썼지만 그해 말 정도엔 어느 정도 톤다운이 필요했거든요. 지난해 상반기 물가 급등 조짐이 보였을 때도 궤도 수정을 미뤘죠. 실수를 만회하려면 긴축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11월 중간선거가 있는데 현재로썬 바이든과 민주당 지지율이 낮죠. 정치적으로도 물가를 어떻게든 잡아야 할 상황이란 뜻입니다.
일단 금리 인상 국면이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거로 보시는군요
‘긴축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증시에 극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면은 1월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습니다. 주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됐고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언급될 거라는 점이죠. 짧게 보면 2년, 길게는 약 11년 동안 자산가격이 너무 많이 상승했습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그 배경이란 건 모두가 알고, 어느 정도는 거꾸로 행진을 해야 할 상황인 거죠. 1월 충격과는 별개로 장기간, 아주 점진적으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올해 증시 어떨까요? 하반기엔 좀 나을 거란 시각도 있는데요?
제가 이 업계에 들어와서 연간 전망에 참여한 것만 30년은 될 텐데요. 어느 증권사나 모아보면 대략 80%는 ‘상저하고’라고 전망하죠. 멀리 떨어져 있는 걸 좋게 보려는 속성이 있거든요. 일단 긴축 관련 큰 충격은 받았고, 당분간은 2600~2800 박스권에서 움직일 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반기는 더 아래쪽일 수 있습니다. 경기 둔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급락했던 코스피와 코스닥. 뉴스1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급락했던 코스피와 코스닥. 뉴스1

지금 ‘상저하저’란 충격적인 말씀을 하고 계신 건가요?
하반기에 굉장히 높은 확률로 경기가 후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은 이런 우려를 시장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죠. 주가가 하락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하락 폭과 기간 면에서 충격이 가장 큰 게 경기 하강입니다.
왜 그런가요?
경기가 나빠지면 다른 거 볼 거 없이 기업 실적이 안 좋아지죠. 실적이 안 좋은데 주가가 좋을 리 없고요. 올해 실적 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멀리 갈 것 없이 2018년만 봐도 경기에 적신호가 켜진 뒤 주가가 천장에서 10개월 만에 약 25%나 빠졌죠. 바닥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은데 빨라도 올해 4분기, 대략 연말쯤으로 보고요. 2200~2300 정도까지 빠지면 ‘혹시 이거보다 더 내려가도 내가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해볼 만하죠.
그럼 당분간은 투자를 안 하는 게 낫다고 보시는 건가요?
투자를 안 하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입니다.
그래도 섹터별로는 희망적인 곳이 있지 않을까요? 
고유가 국면이니 정유주는 좋은 실적을 기대할 만하죠. 무엇보다 금리가 오르고 있으니 어느 정도 트렌드에 맞춰가야 합니다. 예대마진 확 늘어나는 은행이 그렇죠. 많이 떨어진 종목을 유심히 살필 필요도 있는데요. 예컨대 현대차 같은 경우 17만원선까지 밀렸으니까 가격 측면에서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메타버스 이미지. 셔터스톡

메타버스 이미지. 셔터스톡

조정 폭이 컸던 성장주도 괜찮을까요?
성장주가 좋다, 나쁘다 할 문제는 아니고 산업이 성장하는 것과 속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건 별개의 문제란 걸 인식해야죠. 2010년 전후 LED가 친환경 테마를 타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실제로 시장은 계속 커졌지만, 주가가 급락한 회사, 아예 없어진 회사가 한두 개가 아니죠.
성장주 환상을 버려라?
예를 들어 메타버스가 뜬다니까 아무거나 사보자 하는 식으로 투자하지는 말라는 얘깁니다. 앞으로 쑥쑥 성장할 산업인 건 확실하지만, 돈이 몰리니까 별 관련도 없는 종목까지 들쑥날쑥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2차 전지도 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죠.
첫 하락장에 당황하는 주식 초보가 꽤 많은데요. 조언하신다면?
1989년 코스피가 1000이었고 지금 2700이니 2.7배 정도인데요. 같은 돈으로 채권을 샀으면 약 8배, 아파트(서울 평균)라면 약 5.3배 상승했을 겁니다. 특정 종목은 몇백 배 올랐다고 반박하는 분이 있는데 시골 어디에 몇백 배 오른 땅이 있는데 그거 왜 안 샀느냐고 묻는 거랑 같은 거죠. 쉬지 않고 투자하면 평균수익률 내기도 힘든 게 주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누가 봐도 오르는 상승기엔 좀 열심히 했다가 반대일 땐 빠져서 관망하라는 거죠.
이종우 이코노미스트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조정장에서의 합리적 투자법'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종우 이코노미스트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조정장에서의 합리적 투자법'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실제로 주식투자를 거의 안 하시는 거로 압니다. 자산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평론하는 입장에서 경기를 뛰면 안 된다는 게 평소 생각이고요. 사실 개인적인 성향도 좀 안 맞습니다. 펀드매니저도 해봤지만 종목 선정, 수익률 등으로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요. 그렇다고 주식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자산 대부분을 회사채나 은행에서 발행하는 후순위 채권으로 굴립니다. 꽤 쏠쏠하죠.

이 기사는 3월 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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