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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5개월 연속 3%대 상승, 유류세 인하 7월까지 연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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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12면

2월 소비자물가가 또 3%를 넘었다.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행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대외적 요인이 다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물가 상승 폭이 1월보다 컸다.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키로 했다. 통계청은 4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5개월째 3%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계절이나 일시적 충격을 제외한 지난달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3.2% 올라 2011년 12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근원물가까지 3%대로 올라서는 등 고물가 장기화가 예견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대외 위험까지 추가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달 물가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산물의 경우 지난해 작황 호조로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전년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1년 전보다 8.3% 떨어졌다. 신선식품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3%대 물가 상승이 나타난 건 외식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가격과 기름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전체 물가 상승률 3.7% 중 석유류와 외식이 1.57%포인트를 차지했다. 지난달 오른 물가의 절반은 석유와 외식 영향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석유류는 전년보다 19.4% 올랐다. 외식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6.2%를 기록했다.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생선회(9.8%), 소고기(8.2%)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상승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 물가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환율이 치솟고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9.6원 오른 121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210원을 넘어선 것은 약 1년 9개월 만으로,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최고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크라 사태는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며 “물가 상승이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4%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물가 상승이 민생 어려움을 키우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장관급 물가관계부처회의를 열고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적용을 7월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재부 차관이 아닌 경제부총리가 직접 장관들을 소집해(장관급) 물가관계부처회의를 연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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