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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벙커 집무실 회견…"두렵지만, 난 두려울 권리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외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외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벙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러시아군이 남부 해안선을 서서히 장악하며 수도 키이우의 숨통을 조여 오는 가운데 외신을 통해 건재를 과시하며 러시아에 굴복은 없음을 알렸다.

집무실 유리창은 모래주머니 더미로 가득 차 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에서 밖으로 총을 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으며, 건물은 어두컴컴해 손전등을 든 보안 요원의 안내를 받아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면도도 하지 않고 군용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3시간 정도 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며 두려움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인) 나는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답을 정해놓고 질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외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외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전 협상과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측은 오래전에 그들의 질문(제안)에 대한 (우리의) 답을 정해 놨다”며 “오래전에 답을 정해놨다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것이 현재의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일부 타협할 준비가 돼 있으나 우크라이나의 주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죽지 않도록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고,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당신의 나라다’, ‘러시아의 일부다’라고 말할 수 없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에게 대화를 요청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나는 그와 대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화해야만 한다. 세계는 그와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알렸다.

“비행금지구역 아니면 전투기라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외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외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세계에 우크라이나에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이같이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 탓에 서방 지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방안이다.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지 않을 거라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입을 막지 못하면 동유럽 국가로 러시아의 침입이 확산될 것이고,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대인 출신이기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프탈렛 베넷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도덕적 입장을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은 시험대에 오른다”며 그가 애매한 입장을 정리하고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을 촉구했다. NYT는 베넷 총리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키면서 양측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취하고 있고, 이스라엘에서 제조한 부품이 포함된 일부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것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나는 처칠 만큼은 술 안 마셔” 농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벙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에 비유되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고는 “나는 처칠만큼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전날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전쟁에 임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이 됐다”고 호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세상이 연합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소총을 든 자원봉사자가 됐거나, 군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봉사를 했을 것"이라며 "나는 아마 다른 사람들만큼은 총을 잘 쏘지 못할 것"이라고도 '셀프 디스형'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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