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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징둥 따라 몰래 만든 ‘이것’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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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산하 톈마오(天猫)가 조용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기술전문 매체 IT즈자(IT之家)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B2C 리테일 사업부는 톈마오의 자체 운영 플래그십 스토어 '마오샹(猫享)'을 오픈했다. 이를 증명하듯, 얼마 전 톈마오 앱은 2월 18일 새로운 버전의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업데이트 항목에는 '마오샹 자체 운영', '마오샹 깜짝할인(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체 운영 상품 초특가 세일)' 등이 포함됐다.

[사진 未来消费 공식바이자하오]

[사진 未来消费 공식바이자하오]

그러나 36Kr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실제 마오샹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예상 업데이트 날짜보다 4일 늦은 22일이었다. 게다가 '마오샹/마오샹 자체 운영' 등 직접 단어를 검색해야만 관련 상품과 할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알리바바는 이에 대해 '톈마오 자체 앱의 탐색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 마오샹과 관련해 별다른 홍보 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 마오샹 홍보 ‘쉬쉬’… 징둥 의식했나

지난 18일, 톈마오의 마오샹 업데이트와 관련된 소식이 중국 현지 매체 사이에 퍼지면서 이를 두고 ‘징둥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자주 보였다. 톈마오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달리, 마오샹은 자체 운영 상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징둥이 내세운 차별화 전략과 유사하다.

알리바바의 톈마오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계 플랫폼’으로 마켓 플레이스 기능을 하고 있다.

반면 징둥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차별화 전략으로 당시 알리바바의 1인 독재 체제였던 전자상거래 판을 뒤엎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징둥의 차별화 무기는 바로 ‘신속 배송’과 ‘짝퉁 차단’. 이 두 가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징둥이 아마존과 같이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손수 배송했기 때문이다.

[사진 非对称交易]

[사진 非对称交易]

게다가 쿠팡의 ‘로켓 배송’ 격인 ‘211 서비스’를 2010년 도입했다. 오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짝퉁 물건도 엄격하게 차단했다. 정품 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상품 1개당 최대 100만 위안(1억 9085만 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짝퉁 유통이 중국의 최대 사회 문제인 만큼 징둥의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15년 기준, 모방품이 67%에 달했던 톈마오와 달리, 징둥은 정품 판매에서 신뢰를 얻은 것이다. 이는 시장을 선점한 알리바바의 뒤를 바짝 쫓는 원동력이 되었다.

징둥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알리바바. 불안했던 것일까. 지난 1월, 알리바바는 타오바오(淘宝)와 톈마오를 합병했다. 타오바오와 톈마오가 분리된 지 11년 만의 일이다.

[사진 Dao Insights]

[사진 Dao Insights]

이와 관련해 다이산(戴珊) 알리바바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소비자의 쇼핑 체험을 간편화하고, 중소 상인의 성장 공간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오바오와 티몰 간 장벽을 허물어 전자상거래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 알리바바가 대대적으로 구조 개편을 한 이후 나온 첫 공식 행보였던 터라 업계 이목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리고 2월, 톈마오는 앞서 설명한 마오샹 서비스를 내놓는다. 마오샹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 일각에서는 “톈마오가 앱 이름을 마오샹으로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중국 커촹반일보는 알리바바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관계자의 말을 인용, “마오샹은 톈마오가 선보인 직접 운영 서비스일 뿐 앱 이름을 변경하진 않는다”라고 논란을 잠재웠다.

톈마오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마오샹은 공식 구매팀을 구성해 글로벌 우수 제품을 사들여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자체 물류 팀을 적극 활용해 “오늘 배송(혹은 익일 배송)” 서비스를 중국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IT즈자/톈마오]

[사진 IT즈자/톈마오]

사실 마오샹이 단순히 징둥의 모델을 베꼈다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알리바바는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사업 부문에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서비스인 허마셴셩(盒马先生), 티몰슈퍼(天猫超市), 티몰 글로벌 TOF 등 플랫폼 직영 유통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는 상대적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그다지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 선보인 마오샹 서비스에 3C(Computer·Communication·ConsumerElectronics)로 대표되는 디지털 제품이 포함된 것도 ‘징둥 베낀 톈마오’란 주장에 힘을 더했다. 톈마오 공식 소개 내용에 따르면 마오샹에서 다루는 품목은 주로 디지털 제품, 뷰티 메이크업, 퍼스널 케어 등이다. 징둥의 주력 상품이 3C 디지털 제품이라는 점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징둥 베끼기’ 소문과 관련해 알리바바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알리바바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리바바가 마오샹 도입을 비롯한 사내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더우인과 핀둬둬에 밀려 저조한 실적 보인 알리바바

[사진 Medium]

[사진 Medium]

알리바바가 발표한 2021년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3% 감소한 204억 2900만 위안(3조 8988억 7465만 원)을 기록했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일인 광군제(11월 11일) 매출도 전년보다 8.4% 증가하는 데 그쳐 행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는 연초 이후 10.3% 하락했다.

알리바바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인 원인으로는 ‘소비 둔화’와 ‘전자상거래 경쟁사 포화’가 꼽힌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47%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한때 알리바바의 점유율이 78%(2015년 기준)까지 뛰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실적이다.

게다가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抖音)과 공동 구매 플랫폼인 핀둬둬(拼多多)가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알리바바를 위협하고 있다. 더우인은 2018년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 사용자들이 콘텐츠나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영상 내 링크를 클릭해 ‘앱 내 제품 구매’를 가능하게 했다.

더우인 콘텐츠를 보다가 영상 내 링크를 클릭하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로 연결된다. [사진 抖商公社]

더우인 콘텐츠를 보다가 영상 내 링크를 클릭하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로 연결된다. [사진 抖商公社]

이어 2021년 1월에는 더우인 페이를 출시, 3월부터는 브랜드 계정이 앱 내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월평균 350분을 소비하는 반면, 더우인에선 1871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둬둬는 지난해 이용자 수 기준으로 이미 알리바바를 꺾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핀둬둬의 연간 활성 사용자는 8억 4900만 에 달한다. 이는 알리바바(8억 2800만 명)와 징둥(5억 3200만 명)의 이용자 수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오샹은 톈마오의 실적 회복에 강력한 ‘부스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주력 상품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저가의 일상 생활용품에서부터, 고가의 디지털 제품과 명품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같은 상품을 다른 상점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애플의 대표적인 노트북 시리즈인 맥북 프로의 경우, 애플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와 티몰 글로벌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가격만 따진다면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셈이다.

다만 마오샹은 물류에서 차별화를 뒀다. 공식 설명과 같이 마오샹은 ‘당일/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송이 이보다 늦어질 경우, 반드시 배상하는 등 여러 보상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직접 물품을 사들임으로써 정품 신뢰도를 대폭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톈마오는 마오샹 서비스를 통해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180도 바꾸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세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과연 마오샹은 톈마오의 지지부진한 성적을 뒤엎을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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