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순댓국집서 난동 핀 취객…CCTV 있으면 현행범 체포는 위법?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법알

그법알’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지난 2019년 7월 8일 새벽 1시, 경기 안양의 한 순댓국집에서는 만취한 손님 A씨의 난동이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A씨가 식사하려는 손님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흔들다 경찰관들이 출동한 것입니다.

손님은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고, 경찰관은 A씨의 신분증을 제시받았습니다. A씨는 경기 안양이 아니라 경남 거제가 주소지였습니다. 경찰관들은 손님과 A씨를 떨어뜨려 놓았는데 A씨는 되레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면서 손가락질을 하거나 손님에게 달려들다가 경찰관의 제지를 받기도 했죠.

그러던 가운데 경찰들은 폭행 CCTV를 확인하고 난 뒤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그법알 사건번호 8] 순댓국집서 난동 핀 취객…경찰 ‘불법 체포’ 논란?

만취한 A씨는 지구대에 와서도 고성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A씨는 “내가 너희들 모가지 날려버린다!”, “나한테 가까이 오면 때린다!”고 큰 목소리로 소란을 피웠습니다. 20대 순경에게는 “XX, X새끼야! 어린 새끼가! 부모가! 니 애미 애비가 그렇게 가르쳤냐? 죽여버린다! 병신 쪼다 같은 새끼야!”라고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A씨는 각각 경범죄처벌법 위반과 모욕 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법정에서 A씨는 경찰관의 체포가 위법했다고 반격했습니다. 이미 A씨의 폭행 장면이 담긴 순댓국집 CCTV를 확보해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데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체포에 대항하기 위하여 소란을 피운 것은 정당한 행위라는 논리입니다.

여기서 질문!

술에 취해 사람을 때린 사람을 체포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지구대에서도 큰 소란을 피웠습니다. CCTV가 있다는 이유로 체포하면 안 됐던 걸까요?

관련 법률은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

그렇지만 조건은 있습니다. 그 행위가 처벌받을만하고 명백한지, 현재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고, 범인이 누구인지가 명백한지,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지 등입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않은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가 됩니다.

다만 이 판단은 현장에 있던 ‘수사 주체’가 내려야 합니다. 이 사건은 출동한 경찰관이 ‘수사 주체’입니다. 이들의 판단이 경험에 비춰 몹시 비합리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수사 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는 게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2015도13726 등)

[중앙포토]

[중앙포토]

법조계 판단은

이 사건은 1‧2‧3심의 판단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냐는 것이 쟁점이 된 것입니다.

순경에게 욕을 한 혐의의 모욕죄가 무죄라는 판단은 모두 같았는데요. 판단의 이유가 심급 별로 다릅니다. 1심은 A씨의 욕설로 피해자인 순경의 외부적 명예가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경찰관에게 욕설하는 A씨 자신의 명예가 깎이는 일”이라고 무죄 이유를 판시했는데요. 2심은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습니다.

2심이 정당방위라고 언급한 이유는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거제에 산다고 해서 신분이 불확실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 진술과 CCTV로 증거는 충분하고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체포의 필요성에 대해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요구되는 진지한 고려를 다했다고 보기에는 모자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에 대해 A씨가 지구대에서 묻거나 따지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경범죄처벌법 위반도 무죄를 선고했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경찰관의 행위가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현행범인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2심 판단은 법리 오해가 있기 때문에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