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아 ‘스위프트’ 퇴출되자, 위안화 몸값 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 위안화의 몸값이 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금융 고립’ 위기에 빠진 러시아가 우방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2일 위안화값은 연초(달러당 6.372위안)보다 0.9% 오른 달러당 6.3109위안을 기록했다(환율 하락). 지난달 28일엔 달러당 6.31위안으로 2018년 4월 20일(달러당 6.2979위안)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쟁 공포 속 달러값이 뛰며 주요국의 화폐가치가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몸값’ 비싸진 위안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몸값’ 비싸진 위안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안전자산도 아닌 위안화 몸값이 뛰는 건 러시아가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대안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 “러시아가 SWIFT 우회선으로 CIPS를 통하면 무역 손실의 약 50%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CPIS는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2015년 만든 국제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103개국 1280개 은행이 참여 중이다. 200여개 국 1만1164개 금융사를 연결하는 SWIFT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거래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거래는 268만 건(64조 위안)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사태 때 미국의 금융제재를 경험한 러시아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비중을 높여온 것도 위안화 강세의 원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러시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16.4%)은 20% 미만으로 줄었다. 2년 전(25.7%)보다 9.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13.1%로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

최근 전 세계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몸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SWIFT에 따르면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로 일본 엔화(2.58%)를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위안화가 엔화 순위를 앞지른 것은 2015년 8월 이후 처음이다. 1위는 미국 달러(40.51%)고, 뒤를 이어 유로(36.65%), 영국 파운드(5.89%) 순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강력한 금융제재에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수 있다”며 “더욱이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이션(물가 오름) 방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위안화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