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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 달 만에 중국 최대 SNS 제친 ‘이 앱’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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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啫喱, 저리)'. 올 들어 최고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앱(App)이다. 올 춘절 기간 메타버스 기반의 SNS 앱인 젤리가 등장했다.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젤리의 인기는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중국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 위챗과 QQ 등 양대산맥을 뛰어넘어 1위를 기록했다.

비록 젤리가 내부 문제로 해당 순위에서는 내려왔지만,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규 앱이 중국의 대표 SNS들을 제치고 왕관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젊은 층 사로잡은 메타버스 기반 SNS

지난 1월 19일, 젤리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만의 우정 아파트'라는 콘셉트로 중국 앱스토어(App Store)에 등장했다. 샤오훙수(小红书)나 웨이보(微博) 등 각종 SNS 플랫폼에서 젤리 초대 코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본인이 초대한 사람들만 자신이 만든 온라인 공간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폐쇄형 SNS'로 알려졌다. 초대 가능한 인원 수도 최대 50명으로 제한적이다.

사실 젤리의 개인 상태 공유 방식이라든지, 초대 방식은 다른 SNS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단시간 내에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App 공식웨이보] / 중국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젤리(가장 위)는 한동안 뮤료 앱 1위에 머물렀다. [사진 zaker]

[사진 ??App 공식웨이보] / 중국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젤리(가장 위)는 한동안 뮤료 앱 1위에 머물렀다. [사진 zaker]

'찐친'만 들어올 수 있는 대화방

중국 온라인 매체 36Kr은 젤리가 단숨에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사회공포증'이란 단어는 최근 SNS나 채팅 중에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심각한 병이란 의미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수많은 성격 분류 중 하나로 통한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제한되면서 요즘 Z세대의 교유 관계가 이전보다 다소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위챗이나 웨이보 등을 통한 일종의 오픈 커뮤니케이션에 지쳤으며, 가벼운 '사회공포증'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차단 기능을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 진짜 친한 친구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젤리가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졌다는 분석이다.

왼쪽부터 젤리, QQ쇼, 제페토의 캐릭터 설정 화면. [사진 36Kr]

왼쪽부터 젤리, QQ쇼, 제페토의 캐릭터 설정 화면. [사진 36Kr]

'개성 폭발' 캐릭터 설정 

업계는 젤리의 또 다른 인기 요인으로 '아바타 설정 방법'을 꼽았다. 젤리에서 계정을 생성하고 아바타를 만들 때 본인의 얼굴을 인식해 만들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안면인식 기술에 3D 가상 캐릭터 생성이 결합해 완성도 높은 아바타를 만든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이다.

더 아름다운 캐릭터를 만들수록 인기도 역시 올라간다. 샤오훙수나 웨이보 등 SNS에 멋지게 디자인한 젤리 캐릭터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젤리 아이디(ID)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댓글로 쇄도한다.

젤리는 언택트가 대세가 된 이 시국에 대화의 친밀감을 되살리는 앱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2, 3개월 사이에 젤리와 비슷한 앱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가상 부동산 거래 플랫폼 혼버스(Honnverse·虹宇宙), 바이두의 시랑(Xirang·希壤), 바이트댄스의 파이두다오(派对岛) 등 앱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 앱의 공통점은 모두 메타버스 기반이라는 점.

그중에서도 젤리는 기존 SNS 앱에서 자주 활용되는 차단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다만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 제페토(ZEPETO)나 QQ쇼(QQshow·QQ秀) 기존 인기 메타버스 앱을 표절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페토는 가입자 2억 90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SNOW에서 출시했다. 사진을 찍거나 휴대폰 내 저장된 사진을 불러와 본인과 닮은 3D 아바타를 만들고 꾸민 후, 다양한 가상 세계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외형을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점은 물론, 제페토를 생성할 때 부여되는 코드로 팔로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젤리와 유사하다. 이용자의 80%가 10대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젤리와 젠리의 위치 공유 모습. [사진 36Kr]

왼쪽부터 젤리와 젠리의 위치 공유 모습. [사진 36Kr]

친구와 위치를 공유하고, 사진을 보내 메시지에 답변하는 등 일부 기능은 프랑스의 젠리(Zenly)와 비슷하다. 젠리는 위치 공유 앱으로 10대 '인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해 등록된 친구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함께 아는 내 젠리 친구가 만날 때마다 "지금 내 친구 A와 B가 만나고 있다"는 알림을 보낸다.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본인의 위치 정보를 젠리에 공유'하고 내 친구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별 특징 없어 보일뿐더러 '위치 공유'가 실시간으로 된다는 점에서 자칫 섬뜩해 보이는 이 앱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 기준, 한국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넘었다.

사진을 게시하고 본인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은 한국의 카카오 스토리나 위챗의 모먼트 기능과 유사하다. 다만 젤리의 경우, 당일 사진만 업로드해 ‘순간에 충실히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기존 메타버스 기능의 가장 큰 장점만 모아두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젤리.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다른 앱을 절묘하게 모방해 만들었다'고 꼬집기도 한다. 심지어 '표절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젤리 이용자 사이에서 '신호 끊김' '로그인 불가' '메시지 업로드 지연' 등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젤리는 지난 2월 13일 발빠르게 앱을 스토어에서 내리고 신규 가입을 중단, "기존 이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连线Insight 공식바이자하오]

[사진 连线Insight 공식바이자하오]

그러나 젤리의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무엇보다 다른 앱보다 3D 모델링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3D 캐릭터가 중국 10대들의 미적 감각을 제대로 관통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젤리의 선풍적인 인기는 Z세대가 새로운 사회적 교류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업계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성 있으면서도 안전하고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앱이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젤리의 경우 기존 SNS를 능가할 정도로 특이한 기능은 없는 데다, 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대표적으로 '위챗')을 두고 굳이 젤리로 갈아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1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도 코로나 시국을 역이용한 반짝인기일 뿐, 이용 연령층을 넓혀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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