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차이나](10) CATL 독주 끝? 무섭게 추격하는 中 3위 배터리 업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서영 기자

차이나랩

현재 CATL(닝더스다이, 300750.SZ)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중국 내 배터리 업계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CALB(中创新航, China Aviation Lithium Battery)가 그 주인공이다.

CALB 전경

중국 PBA(Power Battery Application Branch of China Industrial Association of Power Sources, 动力电池应用分会)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CALB의 중국 내 배터리 탑재량은 CATL과 비야디(BYD)의 푸디전지(弗迪电池)에 이어 업계 3위에 올랐다.

2021년 1~11월 중국 시장 동력 배터리 탑재량(단위:MWh)

현재 중국에서는 특정 업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멀티 벤더 구축이 활발한 상태다. 다시 말해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언제든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 CALB(中创新航, 중촹신항)는 2007년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신에너지 배터리 연구 생산 기업이다. 리튬 배터리, 배터리 관리 시스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및 관련 집적 제품을 연구하고 생산 및 판매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CALB는 중국 전력 배터리 업계의 선두 기업이었다. 2007년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은 준비 단계에 있었고, 배터리 공급의 필요성을 미리 감지한 소수의 기업만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CALB은 당시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항공공업공사, 공대공미사일연구원 등 7개 단체가 설립한 중국항공리튬전지(中航锂电, CALB의 구 사명)에서 시작됐다.

당시 중항리뎬(中航锂电)의 주요 제품은 리튬인산철(LPF)배터리였고 주요 고객사는 신에너지 버스였다. 중항리뎬은 2015년에 10억 위안(약 1889억 4000만 원)의 영업 수익을 달성했다. 당시만 해도 경쟁사인 CATL의 영업 수익은 8억 위안(약 1511억 52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7년, 전세가 역전됐다. 시장의 환경과 정책의 영향으로 CALB의 실적은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최대 고객사였던 위퉁버스(宇通客车)마저 CATL로 거래처를 바꿨다.

CATL에 거래처 뺏기고 실적 급하락..위기 맞은 CALB를 구원한 여성 리더

2018년, 심각한 적자로 CALB는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이때 구원자 류징위(刘静瑜)가 등장했다. 그해 7월, 류징위는 공식적으로 CALB의 회장 겸 총경리직에 임명됐다. 류징위는 2013년 톈마마이크로전자 사장에 취임한 뒤 10개월 만에 흑자 전환은 물론이고 회사를 LCD 업계 선두로 이끈 경험이 있었다. 류징위가 회장직에 오른 지 한 달만에 CALB는 시장 전략 개혁에 나섰다. 과거 상용차 위주의 공급선을 승용차 위주로 전환하며 삼원계 리튬 배터리* 생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리고 주요 신에너지 차 업체들과 대량 수주를 체결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류징위 CALB 회장

당시 승용차 시장의 발전은 CALB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차량에 CALB의 배터리가 탑재됐고, CALB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CALB의 브랜드도 신뢰를 되찾기 시작했다. 2019년, CALB의 연 매출은 26억 7000만 위안(약 5044억 7000만 원)에 도달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류징위가 CALB를 국내 동력 배터리 업계 1진까지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2019년 CALB는 CATL을 꺾고 광저우자동차(广汽·GAC)의 승용차용 전원 배터리의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2020년, 광저우자동차와 창안자동차(长安)는 CALB의 배터리를 각각 62%, 74% 탑재했고, CALB는 업계 점유율 높이기에 성공했다. 현재 CALB의 주요 고객사는 광치, 창안, 지리(吉利), 진캉(金康), 둥펑(东风) 등 자동차 기업이며 이치(一汽·FAW), 상하이(上汽), 창청(长城), 폭스바겐, 다임러 등과도 기술 개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CALB의 배터리가 활용되는 산업군

업계서 실력 인정받은 CALB, 국유 자본·민간 자본 투자 봇물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속 성장하며 CALB와 같은 배터리 업계의 증시 상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CALB는 상장을 계획하며 먼저 회사의 사명을 변경하고 제도를 개편에 나섰다. 2021년 11월, CALB의 산업 및 상업 정보가 변경되고 주주 제도를 개편함과 동시에 사명을 기존의 중항리뎬(中航锂电)에서 중창신항(中创新航)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전략 발표회에서는 브랜드 업그레이드에 총력을 기울였다. 발표회에서 류징위(劉靜瑜) 회장은 2025년까지 생산능력이 500GWh(기가와트시)를 초과할 것이며, 2030년에는 1000GWh의 생산능력을 실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ALB는 상장을 앞두고 이미 여러 차례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다. 2019년 청두항공기공업그룹연합(成飞集成), 진위안그룹(金圆集团), 진탄투자그룹(金坛投资)의 투자를 받았으며 2020년 12월에는 Pre-A 라운드의 융자를 완료했다. 샤오미창장산업펀드(小米长江产业基金), 치스캐피털(基石资本),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红杉资本中国), 광저우자동차투자회사(广汽资本), 중국 보험투자펀드(中国保险投资基金), 샤먼벤처캐피털(厦门创投) 등 29개의 자본이 포함되었으며, 융자 완료 후 회사의 자본금은 69억 9000만 위안(약 1조 3206억 원)에서 127억 6000만 위안(2조 4107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 이미지

2021년 9월에는 120억 위안(약 2조 2671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창저우(常州)정부, 샤먼(夏門) 정부, 항공공업그룹(航空工業) 등 기존 주주들의 추가 투자 외에도 우한(武漢)·청두(成都) 등 정부 국유투자회사, 국가제조업전환펀드 등 국유 자본이 투입됐다. 현재 CALB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21%를 보유한 창저우진샤테크투자유한공사(常州金沙科技投资有限公司)다. 창저우진샤테크는 창저우시 진탄 정부에 소속된 기관이다. 자금 조달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뒤, CALB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속도를 가속했고 2021년 거대 프로젝트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1) 2021년 1월, 창저우 4차 프로젝트 투자 계획(25GWh) 발표
2) 2021년 4월, 청두 경제 기술 개발구에 쓰촨성 청두 생산기지(50GWh) 신설 계획 발표
3) 2021년 5월, 샤먼 제3차 생산 확대 프로젝트(30GWh) 발표
4) 2021년 5월, 우한 경제 기술 개발구에 새로운 전력 및 에너지 저장 배터리 신설 프로젝트(20GWh) 발표
5) 2021년 8월, 허페이에 동력 저장 배터리 프로젝트(50GWh) 계획

위의 계획에 따르면, 2022년 CALB의 생산 능력은 2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자동차 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299만 대로 전 세계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는 동력 배터리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끌어올리는 관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 기간(1~11월) 동안 중국 시장의 동력 배터리 탑재량은 128.3GWh로 전년 동기 대비 15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동력 배터리 업계의 미래 수요는 여전히 크다.

최근 2년 동안, CALB는 쉬지 않고 달렸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은 지속해서 상승했으며, 중국 내 전력 배터리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뢰'를 가장 중시하는 전기차 제조업체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을 갖춘 검증된 곳에서만 납품을 받기 때문에 업계에서 인정을 받은 곳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업계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존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력 배터리 업계에서 ‘강자는 강해지고, 약자는 약해지는’ 마태 효과(Matthew effect)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번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CALB는 중국 경제에서 떠오르는 강자가 될 것이며, 전 세계 배터리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