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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결국 '사탄의 무기' 꺼냈다…무자헤딘도 떨던 그 폭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반 전황이 불리하게 흘러가 조급해진 탓일까. 러시아가 ‘사탄의 무기’라 불리는 비인도적 포탄을 우크라이나에서 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리카우의 학교 건물이 러시아군 포격으로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리카우의 학교 건물이 러시아군 포격으로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의회 지도자를 만난 뒤 “러시아군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피해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진공폭탄은 열압력탄을 뜻한다. 이 포탄은 폭발력보다 화염과 폭발 압력을 최대로 키웠다. 이 포탄이 터지면 주변의 공기를 태우고 빈 곳을 불꽃으로 채운다. 그래서 기화폭탄이라고도 불린다. 시가지ㆍ벙커ㆍ동굴 안에 있는 사람을 질식시킨다.

옛 소련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굴에 숨어 있는 반소련 이슬람 반군인 무자헤딘을 열압력탄으로 공격했다. 무자헤딘은 이 포탄에게 ‘사탄의 무기’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만큼 심리적 충격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시내에서 이동하고 있는 러시아 육군의 TOS-1 다연장 로켓. 트위터 Russia vs. Ukraine Updates 계정

우크라이나 시내에서 이동하고 있는 러시아 육군의 TOS-1 다연장 로켓. 트위터 Russia vs. Ukraine Updates 계정

러시아 육군은 TOS-1부라티노(러시아어로 목각인형) 다연장 로켓에서 열압력탄을 쏜다. T-72 전차를 개조한 이 다연장 로켓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때 전 국경에서 포착됐다. 지난달 28일엔 흑해 연안의 거점이자 격전지인 마리우폴 외곽에서 TOS-1을 목격했다는 글과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24㎞ 떨어진 바실키프에서 러시아의 TOS-1 사격이 있었다는 현지 소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워존은 러시아가 실전에서 열압력탄을 발사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TOS-1의 최대 사거리는 6㎞다. 후방의 적을 타격하기보다는 전방에 매복한 적을 궤멸하는 용도다. 러시아는 TOS-1을 시가전에 투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는 1999~2000년 제2차 체첸 전쟁 때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TOS-1을 투입해 전술적 효과를 봤다.

러시아 육군이 훈련에서 TOS-1 일제 사격으로 가상 적 진지를 초토화하고 있다. Ref's Channel 유튜브 계정

러시아 육군이 훈련에서 TOS-1 일제 사격으로 가상 적 진지를 초토화하고 있다. Ref's Channel 유튜브 계정

문제는 전투원과 비전투원이 뒤섞인 도심 전투에서 열압력탄이 엄청난 부수적 피해(민간인 살상)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불리한 여론전에서 러시아는 막다른 구석으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감수하고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이미 민간인을 가리지 않은 무차별적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의 NBC 방송에 따르면 28일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민간인 거주지역에 수십 발의 러시아 다연장 로켓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십 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러시아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유치원과 민간인 대피 시설을 집속탄으로 쏴 어린이 1명을 포함해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나의 포탄 안에 여러 개의 자탄을 넣은 집속탄은 2008년 125개 국가가 이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집속탄 금지 국제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지난달 28일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와 반인류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조사 시작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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