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일은 3·1절 103주년입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조선의 독립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죠. 교과서 속에서만 만나는 사건으로 기억하기 쉬운데요.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그들의 활동 무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죠.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경교장(京橋莊)도 그런 장소 중 하나예요. 백범 김구(金九)가 1945년 11월부터 1949년 6월 26일까지 사용했던 거처이자 임시정부 요인들의 해방 이후 국내 활동 무대였죠. 김지성·최주영 학생기자가 3·1절을 앞두고 김구 선생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경교장을 찾았습니다. 경교장의 한국어 해설을 담당하는 손한나 해설사가 1층 로비에 있는 김구 선생의 흉상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어요.
경교장 1층 로비에 있는 김구 선생 흉상 앞에 선 최주영(왼쪽)·김지성 학생기자.
경교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개화기 시대극에서 볼 법한 고풍스러운 외관이 인상적이었죠. "경교장이 강북삼성병원 내에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성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그 답은 경교장의 역사와 연결돼 있어요. 본래 경교장은 1938년 금광업자 최창학의 저택 일부로 건립됐어요. 당시 명칭은 죽첨장(竹添莊)이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해외에서 활동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하면서, 최창학이 죽첨장을 이들에게 제공하였고 이름도 경교장으로 바뀌었어요."(손)
경교장 1층 로비에는 죽첨장으로 건립된 당시의 원형을 재현한 모형이 있다.
이후 경교장은 약 3년 7개월 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 사용됐어요. 하지만 김구 선생이 안두희에게 암살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죠. 최창학은 경교장에 머무르던 김구 선생의 후손에게 엄청난 월세를 요구했습니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후손과 독립운동가들은 경교장을 떠났어요. 그 뒤로 경교장은 중화민국 대사관저, 한국전쟁 중 미국 특수부대 및 임시 의료진 주둔지 등으로 사용되다 1967년부터는 내·외부가 개조돼 병원시설로 이용됐어요.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혼이 담긴 경교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꾸준히 이어져 2001년 4월 6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29호 지정됐죠. 또 2005년에는 문화재청에 의해 국가 사적 제465호로 승격돼 건물 복원 및 내부 공사를 거쳐 2013년 3월 2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 중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인 경교장에선 김구 선생 암살을 비롯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지하 1층부터 경교장을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죠. 총 3개의 전시실이 있는 지하 1층은 본래 보일러실과 부엌 등으로 사용됐어요. 지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걸어온 길과 김구·임시정부 요인 관련 전시 및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제1전시실에는 1938년에 발행된 『광업시대』 『조선과 건축』 등 여러 매체에서 최창학의 죽첨장을 보도한 사진들이 있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경교장이 복원될 수 있었죠.
제3전시실에는 김구 선생의 일생을 요약한 연보와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었어요. "김구는 1867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어요. 당시 조선은 안으로는 백성들이 탐관오리의 횡포에 시달렸고 밖으로는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침략이라는 민족적 수난에 직면한 시기였죠. 김구는 18세에 동학에 입문한 뒤 황해도 동학농민운동의 선봉장으로 활동했어요."(손)
1895년 온 국민을 격분하게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일본 군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이죠. 조선의 국모가 외세에 의해 참혹히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김구는 황해도 치하포에서 조선인으로 변장한 일본인 스치다 조스케(土田讓亮)를 일본 군인으로 보고 살해했어요. 그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고종의 특명으로 가까스로 구사일생해 약 2년간 옥살이를 했죠. 이때 옥중에서 신지식을 접한 김구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황해도 각지에 학교를 설립하는 등 1903년부터 교육·계몽운동을 전개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지하 1층에 전시된 김구 선생이 생전에 남긴 『백범일지』 초판본과 서예작품 '신기독'(愼其獨·홀로 있을 때에도 삼가다) 등 관련 유물을 살펴봤다.
하지만 조선은 1910년 8월 22일 일제에 강제로 합병당하죠. 나라를 잃은 조선인의 울분은 1919년 고종 황제가 갑자기 세상을 뜨고, 일제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장례식 이틀 전인 3월 1일에 폭발합니다. 온 국민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3·1운동이죠. 일본의 통치에 조직적으로 저항할 필요성을 느꼈던 독립운동가들은 3·1운동을 기점으로 중국 상해로 망명해 임시로 정부를 조직해 선포하는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大韓民國 臨時政府)입니다. 김구는 "나는 임시정부의 (청사를 수호하는) 문지기가 되겠다"라고 요청했고, 안창호 내무총장이 그 요청과는 달리 경무국장 임명장을 교부해 지금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경무국장으로써 조선 독립에 헌신합니다. 또 한인애국단 단장으로 이봉창·윤봉길 의거 등을 지휘해 국내외 큰 반향 일으켰으며, 일제와 전쟁에 대비해 중국 충칭에서 한국광복군을 창설했죠.
『백범일지』 초판본. 상하 2권으로 구성된 김구의 자서전이다. 상권은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태로 어린 시절부터 임시정부에서의 활동까지를 기록했다. 하권은 민족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와 감회를 서술했다.
경교장 지하 1층에는 1947년 12월 출간된 김구의 자서전 『백범일지』 초판본이 전시돼 있었어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를 쓴 이유가 무엇인가요?"(최) "선생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독립운동으로 쫓기는 몸이었고, 늘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에 아들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주기 위해 『백범일지』를 썼죠."(손)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던 김구와 임시정부 요인들은 일제에게는 눈엣가시였는데요. 그 때문에 이들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나서야 고국의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었습니다. 경교장은 환국(還國)한 김구와 임시정부 요인들의 거처이자 활동 무대였어요. 때문에 방 하나하나가 역사적인 장소랍니다.
예를 들어 1층의 귀빈식당은 1945년 12월 2일 임시정부 환국을 기념하는 공식 만찬이 개최된 곳이에요. 문을 열자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의자가 놓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죠. 귀빈식당 벽면에는 김구가 친지들과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또 그의 빈소로 사용되던 당시 사진도 볼 수 있었죠.
김구 선생의 빈소로도 쓰인 1층 귀빈식당.
경교장의 1층과 2층에 각각 있는 응접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무위원회를 개최한 곳입니다. 1층 응접실에는 김구의 입상을 중심으로 한국광복군 창설의 주역 조성환, 독립운동과 민주화에 헌신한 불교계 대표 독립운동가 김성숙, 무장 독립투쟁의 전설 김원봉,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이시영, 임시정부의 선전부장 엄항섭 등 교과서에서 보던 독립운동가들의 입간판이 응접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죠. 김구의 바로 옆에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국무위원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요. 1945년 12월 3일 임시정부 환국 후 첫 국무위원회를 시작으로 경교장에서 총 9번 개최됐어요. 안건은 급변하던 국내 정세부터 한국의 즉시 독립이 아닌 5년 동안 신탁통치(특정 국가가 일부 지역을 대신 다스리는 것)를 결정한 모스크바 3상 회의까지 상황에 따라 달라졌죠."(손)
1층 응접실에 재현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내 국무위원회 개최 모습. 김구의 입상을 중심으로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생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독립운동가들은 해방 후에도 나라를 위해 일했다고 들었어요." 손 해설사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던 주영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네, 맞아요. 독립이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던 일제강점기와는 달리 해방 후에는 각자가 원하는 모습의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 힘썼죠. 김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예로 들자면, 당시 한국은 미국과 소련이 각각 남북을 분할 점령한 상태였어요. 김구는 남과 북이 통일정부를 이뤄야 한다고 봤고, 이승만은 남한이 단독정부를 수립해 정세를 안정시키는 게 먼저라고 봤어요."
김구 선생이 서거한 2층 집무실.
해방된 조국에서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해 애쓰던 김구 선생은 1949년 6월 26일 안두희의 흉탄에 맞으면서 끝내 염원을 이루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 현장이 바로 경교장 2층의 집무실(거실)이에요. 선생이 평상시 공무를 보거나 찾아온 손님 접견 장소로 사용하던 곳이죠. 서랍장·테이블 같은 가구를 비롯해 당시 안두희가 쏜 총탄이 뚫은 유리창도 재현돼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두희가 김구 선생을 암살하기 위해 쏜 4발의 총탄 중 유리창을 관통한 2발의 흔적을 재현한 모습.
"안두희는 대한민국 육군 소위였는데 1949년 6월 26일 이전에도 경교장을 몇 번 찾은 적이 있었어요.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의 경계를 풀기 위함이었죠. 그는 선생의 비서였던 선우진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 김구를 향해 총을 쐈어요."(손) 안두희가 김구를 암살한 자세한 내막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쳤던 김구는 그렇게 의자에 앉은 채 급작스럽게 총탄에 맞아 비명에 갔어요. 사망 당시 그가 입고 있던 옷은 등록문화재 제439호로 지정돼 경교장 지하 1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핏자국으로 얼룩진 흰옷을 바라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숙연해졌어요.
2층 포치 앞 복도에는 김구 선생이 경교장 앞에 모인 청년들에게 반탁 운동 의지를 천명한 사진이 전시돼 있다.
김구 선생의 장례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민장으로 치러졌습니다. 경교장을 떠난 선생의 영구는 종로 네거리를 거쳐 효창원에 안장됐죠. 온 겨레의 존경을 받는 민족의 어른이었던 만큼 경교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수많은 조문객이 찾아와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해요.
김구 선생 서거 당시와 관련된 유물인 혈의. 응급처치를 위해 의료진이 급하게 가위로 옷을 자른 흔적이 남아있다.
"경교장에 이렇게 아픈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는 몰랐네요. 이런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당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지성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죠. 여러분이 한국어를 쓰면서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이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손) 다가오는 3·1절,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평생을 바쳤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취재하기 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청사이자 백범 김구 선생님의 서거 장소이기도 한 경교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취재를 계기로 경교장의 가슴 아픈 역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103번째 3·1절을 맞아서 우리 선조께서 얻어낸 값진 광복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인 경교장을 기억하고 잘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성(경기도 탄천초 6) 학생기자
김구 선생님이 돌아가셨던 장소이면서 우리나라 독립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경교장은 직접 가보니 교과서나 글로 보는 것과는 무척 달랐어요. 병원 안에 경교장이 있는데, 경교장이 병원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김구 선생님이 안두희의 총알을 맞았을 당시 앉아있던 책상과 총알 때문에 뚫린 유리창 자국이 잘 복원되어 있어서 역사를 잘 느낄 수 있었어요. 김구 선생님의 일생과 경교장의 역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최주영(서울 명원초 5)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