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저공해차서 제외” 홍남기 한마디에 차 업계 ‘발칵’

홍남기

정부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친환경차법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혁신성장 빅3(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추진 회의에서 “구매 보조금, 세제 지원을 전기차·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LPG·CNG 차량은 2024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전기차·수소차 같은 무공해차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 LPG·CNG 차량 같은 저공해차도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2~3년 뒤부터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차종을 전기차·수소차로만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판매 비중이 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정책 지원이 없어지는 데 따른 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우려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중 13.8%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혜택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가 국내 판매한 친환경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2만6977대였다. 투싼(1만5572대)과 쏘렌토(3만2982대), K5(1만800대), K8(1만8101대), 니로(1만1284대) 하이브리드 등도 1만 대 이상 팔렸다. 르노삼성차도 올해 하반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수입차 업계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국내 판매량이 급감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돌파구로 택한 게 하이브리드 차종이었다. 렉서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판 차량 중 98%가 하이브리드였다. 도요타(92%)와 혼다(60.4%)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 볼보(28.3%→88%)나 랜드로버(26.2%→48.3%) 등도 지난해부터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연구실장은 “정부는 세제 혜택이 없어도 소비자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산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업체들은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기 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며 수익성을 확보해야 전기차 시대로 이행이 가능하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자동차 업계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품 기업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계동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단장은 “내연기관 부품사가 전기차 부품을 제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데 통상 6년이 걸리고, 전환하더라도 이 중 17%만 수익을 낸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장 3~4년 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감소한다면, 자동차부품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제공되던 각종 혜택이 사라지면 세금·유지비 등을 감안, 내연기관 차량보다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 차량을 산 소비자가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이날 빅3 추진 회의 직후 홍남기 부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직접 만나 자동차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부가 2025~2026년 등으로 시점을 못 박지 말고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달라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