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방이 처갓집에 왔습니다. 큰절 올립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아내 김혜경씨의 고향 충북 충주 산척면의 치안센터 앞에서 주민들에게 큰절을 했다. 그러자 일부 주민이 나와 이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거나 삶은 계란을 전달했다. 전날부터 충청권 유세를 해온 이 후보는 마지막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이 후보는 “처갓집에 오니까 백년 손님이라고 대접을 잘 해줘서 기가 산다”며 “대통령이 되면 사드 같은 거 말고 보일러처럼 도움이 되는 걸 잘 챙겨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혜경씨는 이날 자신의 고향에서 열린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 동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민주당 경선 때는 이 후보와 김씨가 함께 이곳을 찾아 장을 보고 데이트를 한 뒤 SNS에 사진을 공개했다. 이달 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된 뒤 외부 활동을 중단한 김씨의 향후 행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일정을 소화하지 않을 것이며 재개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평소 유세 차량 위에서 하는 연설과 달리 산척면에선 주민들과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후보가 “저 앞에 천등산을 보니까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가 생각난다”고 말하자 주민들이 노래를 요청했고, 이 후보는 반주 없이 2절까지 불렀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주민은 이 후보에게 “영업 좀 정상적으로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제 봉쇄하는 식의 방역을 바꿔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100일 안에 스마트하고 유연한 방역으로 신속 전환해서 경제생활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런 농촌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 발생하는 이익을 주민에게 나눠주겠다”며 “여기에 농촌 기본소득 30만원을 더 주면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현금으로 주면 서울에 있는 아들, 딸에게 송금하니까 이 동네에서만 쓸 수 있게 소비 쿠폰으로 주겠다”며 “그러면 동네가 팽팽 돌아가고 없던 가게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 성서동의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추가로 설치하겠다한다. 충청도, 강원도 등이 피해 입으면 얼마나 화가 나냐”며 “미국의 한 군사 잡지에선 윤 후보가 선제 타격을 운운해서 남북 관계가 불안정해질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함께 온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가 복싱 자세가 제법 잘 나오던데 복싱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며 “검사들이 룸살롱에 가서 술 먹고 노래를 부르다가 점수가 잘 나오면 어퍼컷을 해서 잘하는 거라는데 술꾼은 라마다(호텔)로 보내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충청권 일정을 마친 뒤 강원 원주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갔다. 원주 중앙시장에서 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 “코로나19로 입은 손해와 늘어난 빚을 대통령이 되면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소식을 꺼내며 “한국과 관련이 매우 적은 국가에서 전쟁이 났는데도 우리 주가가 영향을 받아서 떨어지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가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인데 윤 후보는 누구를 위해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원주엔 군부대가 많은데 전쟁 나면 많은 젊은이가 죽는다”며 “이 말이 과장으로 들린다면 미국에서 윤 후보 때문에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봐라”고 말했다.
23일 윤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위대한 김대중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 후보는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은 평생 색깔론의 피해를 입었지만 남북 평화를 추진하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았다”며 “표를 얻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색깔론을 부추기고 전쟁 위기를 키우는 윤 후보가 어떻게 김대중 대통령 얘기를 하느냐”고 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이 후보는 “지금 박빙 상황이라고 한다. 한 명이라도 더 전화하고 댓글 쓰고 말씀을 전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