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과 제1야당 대표의 설화(舌禍)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논산 현장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검사하면서 맨날 업자들과 저녁에 룸살롱 가서 술 먹고, 골프 치고 이런 것을 잘했다”고 말한 게 논란을 빚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윤 후보를 ‘이 양반’이라고 수차례 지칭하며, “이 양반은 술 마시는 것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한다”, “앉아서 폭탄주 마실 때 신이 나서 활기가 넘친다” 등 비아냥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런데 (윤 후보는) 경제는 잘 모른다”며 “오죽했으면 부인이 자기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라고 그러느냐”라고 비꼬았다. 송 대표는 그 전날에도 윤 후보를 향해 “머리 나만큼 큰 양반이 왜 군대 안 갔냐”고 말했다가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송 대표가 윤 후보를 향해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쇼츠 논평’을 통해 “송 대표 눈에는 모든 사람이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보다. 송 대표는 5·18 전야제 참석한다고 광주에 가서 ‘새천년NHK룸싸롱’에서 여성 접대부와 함께 술판을 벌인 장본인으로 유명하다”고 꼬집었다. 송 대표를 비롯한 86그룹 정치인들이 2000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날 광주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벌였다가 곤욕을 치른 사건을 환기시킨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말도 만만찮게 말썽이다. 상대 후보들을 향해 던지는 이 대표 특유의 조롱이 문제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조롱했다. 〈안철수, 윤석열 향해 “단일화 겁나서 도망쳤다…尹이 포기하면 내가 정권교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뒤 “댓글로 ‘ㄹㅇㅋㅋ’(레알 크크) 네 글자만 치세요”라고 올렸다.
지난 20일에는 안 후보가 유세버스 사고로 사망한 선거운동원의 유지(遺旨)를 받들어 완주 의사를 내비치자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비아냥댔다. 연이은 이 대표의 조롱에 국민의당도 독설로 맞받고 있다. 윤영희 국민의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선전이 거듭될수록 윤석열 후보의 낙선은 예견된 일이 될 것”이라며 “차라리 ‘조롱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설화 경쟁에 각 당 내부에서도 우려를 넘어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윤 후보에 대해서는 대장동이나 김건희씨 주가조작과 같이 사실에 근거해 파고들 지점만 해도 수두룩하다”며 “송 대표 식의 인식공격성 네거티브는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고 말했다. 선대위의 핵심인사도 “송 대표가 부재중일 때가 차라리 편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윤상현 의원)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정권교체 달성의 가장 막중한 책임자”라며 “그러기 위해 국민의당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동반자로서 먼저 손을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준표 의원도 소통 채널 ‘청년의꿈’에 한 지지자가 이 대표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상대방 인격비하, 조롱하는 사람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올린 글에 “좀 심한 것 같지요?”라고 공감을 표하는 댓글을 남겼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해 사실상 모두가 손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무 도움이 안 되지만 대표라서 누구도 나서서 뭐라 하기도 어렵다”는 말은 양당에서 모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