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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두루미 140여마리 민통선 밖서 발견…왜 월동지 떠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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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최상류 경기도 연천군의 겨울철 ‘진객’ 두루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천연기념물(제202호)인 임진강 두루미의 월동지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일대다. 그런데 최근 임진강 두루미 140여 마리가 대규모로 민통선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두루미들이 연천군 임진강 여울로 잠자리를 옮긴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민통선 바깥 임진강 여울서 잠자리 마련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는 “이달 초부터 무인센서 관찰 카메라 등을 동원해 민통선 바깥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찰한 결과 두루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140∼150여 마리가 지속해서 민통선을 벗어난 군남댐 하류 지역 임진강 여울에서 해 질 무렵부터 다음 날 동이 튼 직후까지 집단으로 잠을 자거나 쉬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6일 오전 9시쯤 민통선 바깥인 경기 연천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여울에서 잠을 잔 두루미 무리가 일제히 날아올라 이동하는 모습. 이석우씨

지난 16일 오전 9시쯤 민통선 바깥인 경기 연천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여울에서 잠을 잔 두루미 무리가 일제히 날아올라 이동하는 모습. 이석우씨

이석우 대표는 “이는 군남댐의 겨울철 부분 담수로 인해 임진강 두루미의 서식지 가운데 한 곳인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이 사라져버린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임진강시민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군남댐에서는 수년 전부터 겨울철 부분 담수를 해왔다. 두루미 무리는 이후 한곳 남은 인근 빙애여울로 옮겨갔다.

지난 5일 오전 7시 30분쯤 민통선 바깥인 경기 연천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여울에서 두루미 무리가 잠자고 있는 모습. 이석우씨

지난 5일 오전 7시 30분쯤 민통선 바깥인 경기 연천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여울에서 두루미 무리가 잠자고 있는 모습. 이석우씨

하지만 최근 월동하는 두루미 개체 수 총 700여 마리로 늘어나면서 잠자리가 부족해졌다. 이에 이 중 일부가 상대적으로 서식 환경이 열악한 빙애여울에서 5㎞ 정도 하류인 민통선 바깥 지역 임진강 여울로 잠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월동지 여울 1곳 사라지고 개체 수 증가한 여파로 추정 

이 단체는 이로 인해 임진강 두루미의 서식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곳은 두루미의 천적인 삵이 자주 목격되는 곳이라고 한다. 또, 두루미 140여 마리가 잠자리를 옮겨간 민통선 바깥 지역 임진강 일대는 도로·주택가와 불과 500여m 거리로 가깝다. 불빛과 소음이 조용한 서식환경을 방해할 수 있다. 게다가 주변 지역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낚시객이 진을 치는 데다 야영과 차박도 흔하게 이뤄진다.

지난 17일 오전 9시 30쯤 민통선 바깥인 경기 연천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여울에서 두루미 무리가 쉬고 있는 모습. 이석우씨

지난 17일 오전 9시 30쯤 민통선 바깥인 경기 연천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여울에서 두루미 무리가 쉬고 있는 모습. 이석우씨

두루미는 성격이 예민해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접경지역 민통선 내에서 통상 겨울을 지낸다. 매년 11월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하는 빙애여울 일대는 전 세계에 3000여 마리 남은 멸종위기 희귀 겨울 철새인 최대 월동지다. 군사분계선에서 3㎞ 정도 거리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 지역이어서 두루미가 살기 알맞은 서식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임진강 두루미는 천적 피해 빙애여울서 잠자

빙애여울은 강이 얼음장으로 변하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얕은 수심의 강물 흐른다. 두루미는 강가 10∼30㎝ 깊이의 물살 빠른 여울에서 주로 지낸다. 여울에서 다슬기와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잠도 잔다. 낮엔 여울 주변 산기슭과 먹이터 등지에서 율무 등을 먹기도 한다.

임진강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측은 “군남댐 측이 겨울철 부분적으로 담수를 지속하면서 과거 두루미가 가장 많이 겨울을 지냈던 임진강 장군여울이 완전히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수공 “농업용수 공급 등 위해 겨울철 부분 담수”  

이에 대해 군남댐을 관리하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군남댐에서는 농업용수 공급과 가뭄 대비, 하천 건천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4월 중순까지 예정으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총 저수량(7100만t)의 5∼20%를 부분적으로 담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겨울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 가운데 상당수가 한쪽 다리만을 이용해 선 채 쉬고 있다. 이석우씨

지난 2015년 겨울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 가운데 상당수가 한쪽 다리만을 이용해 선 채 쉬고 있다. 이석우씨

K-water 측은 또 “빙애여울과 장군여울 인근 임진강변에 조성한 두루미 먹이터에 지역 환경단체를 통해 두루미 월동기간에 총 2.5t의 벼와 율무를 두루미와 재두루미 먹이로 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군남댐 부분 담수는 3월 이후 해야”  

지속적인 담수, 개체수의 증가, 강추위로 인한 여울 면적 축소 등이 겹치면서 두루미의 월동 장소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군남댐 측이 세계적인 희귀조류이자 연천군을 대표하는 조류인 두루미의 서식 환경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부분 담수를 하더라도 두루미가 월동지를 떠나는 3월 이후 담수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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