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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재정적자 200조…대선후보들은 수백조 퍼주기 공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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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2년간 200조원의 ‘재정 펑크’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권이 들어서도 문제다. 유력 양당 대선 후보가 각각 200조~300조원이 드는 공약을 하고 있어서다. 반면 증세나 구체적 지출 구조조정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면 수백조원의 나랏빚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선후보별 공약, 돈 얼마 드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선후보별 공약, 돈 얼마 드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0조원대로 추산된다. 국민연금 같은 공공기금 수지는 제외한 수치다. 29조8000억원에 이르는 초과 세수(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덕에 당초 예상한 126조원보다 적자 규모가 30조원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으로 100조원에 육박한다. 전년인 2020년의 관리재정수지는 11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구멍 난 재정은 빚을 내(국채 발행) 메웠다. 2020년과 2021년 2년 사이 늘어난 국가채무는 260조원을 웃돈다.

올해 여건은 더 나쁘다. 현 정부가 짜놓은 예산만으로도 올해 국가채무는 1080조원에 가깝다. 지난해와 같은 깜짝 세수 증가를 기대할 상황도 아니다. 지난해 세금 ‘화수분’ 역할을 했던 부동산·주식 시장이 올해 들어 얼어붙기 시작해서다. 기업 경기,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미국의 통화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유력 대선 주자 모두 수백조원 나랏돈이 더 드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각 후보로부터 받은 답변을 취합해 지난 16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70여 개 공약을 실행하는데 300조원 이상 재원이 소요된다고 답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공약도 돈이 많이 들긴 마찬가지다. 200개 공약을 실현하는데 266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후보가 제시한 200조~300조원 재원 소요 자체도 공약 내용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5년 임기에 연간으로 따지면 이 후보 공약 재원 소요는 약 60조원인데 기본소득·기본금융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말했다. 윤 후보 공약과 관련해서도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통합 등 여러 감세 공약과 200만원 장병 급여 등을 내놨는데 연 50조원 재원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 교수는 지적했다.

이마저도 지역공약은 포함하지 않고 국정공약만 따진 수치다. 지역공약을 실행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투입해야 할 돈까지 고려하면 재정 소요는 더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공약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수백조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대해선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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