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똥 이모티콘 400만개…그만큼 한국 잘한다는 반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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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 [뉴스1]

“어제 저녁은 (치킨 말고) 부모님과 한우를 먹었어요. (BBQ에서) 쿠폰을 만들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영구적인 쿠폰, 무적번호, 블랙카드 같은 거겠죠? 진짜 정식으로 오피셜 뜨면 주문해봐야죠. 기대하고 있어요. 전 대회 전부터 BBQ 치킨만 엄청 먹었어요. 황금올리브 닭다리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23)이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앞서 황대헌은 중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집에 가면 치킨연금이 확실한지 치킨부터 시켜 먹겠다”고 말했다.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제너시스BBZ그룹 회장)으로부터 치킨을 평생 제공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온 황대헌은 아직은 ‘평생 이용권’을 받지 않아 치킨 주문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체조 양학선이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후 라면 ‘너구리’를 평생 지원 받았다고 하자, 황대헌은 “그래요? 평생요? 대박이네요”라며 웃었다.

윤홍근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장(제너시스BBQ 회장)이 남자 쇼트트랙 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을 축하 격려하고 있다. [뉴스1]

-그제 귀국했는데.

“어젯밤 10시부터 오늘 오전 10시까지 12시간을 잘 잤다. 지금은 집이고, 오늘은 집에서 보낼 것 같다.”

-축하 메시지는 얼마나 많이 왔나.

“비유하자면 진짜 누구한데 먼저 답장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해야 할 정도다. 다들 너무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들이라.”

빙판 밖에서 사복을 입은 황대헌. [사진 황대헌 인스타그램]

-훈훈한 외모까지 겸비해 여성팬들이 많아졌다. 공항에 여성팬들이 몰렸다. “곽윤기가 부럽다. 황대헌에 안길 수 있어서”란 반응까지 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안이 벙벙하다(웃음)”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오른쪽)과 곽윤기. [뉴스1]

-예능 ‘라디오스타’에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을 합작한 동료들과 출연하기로 했다고.

“성과가 잘났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나가고 싶었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재미있을 것 같다. 토크쇼 분위기가 어떤지도 느껴보고 싶다. 또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놀면 뭐하니?’다.”

-어제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남자 쇼트트랙 1000m 편파 판정에 분노하며 “진짜 주체를 못하겠더라. 너무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많은 한국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같이 속상해 하셨다. 그 덕분에 좋은 성과, ‘사이다’ 같은 (시원한)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 탓에 실격 당했던 김동성은 충격 탓에 라커룸에서 기절했다고 하더라. 어떻게 멘탈을 잡았나.

“쉽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쓰러지고 무너진다면, 제가 준비한 것도 못 보여주고 다음이 없다. ‘이건 무너지면 안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황대헌이 소셜미디어에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게시했다.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아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아보고, 그 벽을 이겨내라'는 의미다.[사진 황대헌 인스타그램 캡처]

-편파 판정 후 소셜미디어에 마이클 조던의 명언 ‘벽이 있으면 넘어서라’를 올렸다. 벽을 넘어 우리나라 청춘들에게 힘이 됐다.

“요즘 한국에서 취업하기 힘들잖아요. 전 진심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었다. 직업은 다르지만, 이번에 쇼트트랙 시합이 실패에서 성공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거 같다.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하며 경기에 임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6만명이 넘었다. 10대와 20대로부터 힘이 됐다는 메시지도 왔나.

“올해 계정을 다시 만들어 올림픽 전까지 팔로워가 5000~6000명이었다. 너무 메시지를 읽고 싶은데, 중국 분들이 악플인지 응원인지 많이 보내주셔서 국내팬들의 메시지를 읽을 수가 없다. 읽다 보면 다 중국어라서. 사실 전 고등학교 때부터 ‘똥 (이모티콘)’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면, 똥이 많은 만큼 ‘한국인으로서 잘하고 있다’, ‘그만큼 다른 나라가 한국을 못 이기는거구나’라고 생각하며 운동한다. 이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똥 이모티콘이) 400만개가 있었는데, 400만명이 응원해준다고 생각했다.”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실격 당하자, 방탄소년단(BTS) RM이 황대헌의 추월장면을 게재하며 박수와 엄지 이모티콘을 달았다. RM은 중국인들에게 악플 테러를 당했다.

“그 때 너무 힘들었는데, RM님 응원 덕분에 힘이 났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저 때문에 악플에 시달리는 게 죄송스럽더라. 중국 분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악플을) 쓰다가 주무시는데, BTS 팬덤 아미는 전 세계에 있다고 하더라. 시차 없이 교대로 보라색 하트로 창을 정화 시켜줬다. 내 SNS에도 보라색 하트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