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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눈시울 붉힌 김보름 "이미 금메달이란 응원, 힘이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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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경기를 마친 김보름이 숨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19일 오후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경기를 마친 김보름이 숨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보름(29·강원도청)이 세 번째 올림픽을 마쳤다. 두 번째 메달은 놓쳤지만 많은 응원에 힘을 얻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16초81를 기록했다. 다섯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6점을 얻은 김보름은 발레리 말타이스(캐나다·6점)보다 결승선을 먼저 통과해 5위를 차지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선 은메달을 차지했던 김보름은 아쉽게도 두 대회 연속 메달까진 이르지 못했다.

김보름은 첫 출전인 2014 소치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쇼트트랙 출신인 그에게 딱 맞는 종목이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은 그에게 기쁨과 슬픔을 모두 선물했다. 기다렸던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왕따 주행 논란'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 앞서 열린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동료 노선영을 일부러 뒤처지게 했다는 오해를 샀다. 대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통해 결백함이 드러났지만 이미 비난의 화살은 김보름을 향한 뒤였다. 김보름은 이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힘들어했다. 지난 16일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김보름은 위자료를 기부하기로 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보름은 한 마디, 한 마디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막바지엔 눈시울을 붉혔지만, 다음 도전을 약속했다. 김보름과의 일문일답.

19일 오후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김보름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19일 오후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김보름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경기 소감은.

"평창 올림픽 끝나고 오늘까지 4년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 받으면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다. 메달을 못 따서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경기 전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을 주셨다. 그런 메시지 하나하나 저에게는 더 큰 힘이 됐다. 메달을 못 땄지만 최선을 다했고, 5위라는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결승 전략은.

"'중반 이후부터는 앞쪽에 있어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들어갔다. 조금 서둘렀던 거 같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마지막에 힘이 들었다. 그래도 많이 노력했고, 과정에 대한 후회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 다행이다."

-많은 응원을 받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다시 사람들에게 집중을 받게 되고,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을까 봐였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다. 그래도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됐던 거 같다. 응원이 없었으면 제가 5위라는 성적 조차도 못하지 않았을까. 올림픽 때마다 눈물 흘리는 모습밖에 못 보여드린 거 같아서 이번에는 웃는 모습, 밝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너무 힘들었던 과정이 생각이 나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 올림픽의 의미는.

"4년이 너무 힘들었는데, 4년 동안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던 시간이었다. 지금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한 거 같다. 응원을 받는다는 게 정말 이런 기분이구나라고 생각된다."

-4년 뒤 올림픽까지 도전할 것인지.

"평창 끝나고 '다시 스케이트 탈 수 있을까, 베이징 올림픽에 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베이징 올림픽 끝나게 됐는데, 지금부터 다시 제가 마음을 다잡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다."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일부러 하나하나 다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 '이미 금메달입니다'란 말이 나에게 힘이 됐다."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힘들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힘내서 이겨내려고 했고 혼자 무너질 때도 많았다. '버텨줘서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눈물)

-배상금 300만원 적지 않나.

"정신적인 피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쉽긴 하다. 그래도 너무나도 힘들었고, 아팠고 그런 사실들은 변하지 않는다. 액수가 사실은 중요한 건 아니다. (스스로)이겨내줘서 고맙다. 이제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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