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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단일화 직후 합당’ 군불…윤·안 전격 담판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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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호 04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두 주먹을 쥐며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두 주먹을 쥐며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 유세 차량 사망 사고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겉으로는 상황을 자기편으로 이끌려는 팽팽한 힘의 균형 속 대치 국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일화에 적극 반대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단일화 후 합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물밑에선 접점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선관위가 주관하는 첫 번째 TV토론이 열리기 전날인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담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외관상으론 양측 모두 강경하다. 이 대표는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는 공식적으로 책임 있는 사람이 단일화 관련 협상을 진행한 적이 없고, 안 후보도 안타깝게 돌아가신 당원의 유지를 이어받아 꼭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한동안 국민의당에서는 단일화 논의보다는 선거 분위기 반전을 위한 자체 노력에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1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한 번 배포하는 데 수억원이 소요되는 안 후보의 선거 공보물 인쇄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야권 주변에서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지난 17일 ‘단일화 후 합당론’을 언급한 게 눈에 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에 가장 소극적인 인물로 꼽혔다는 점에서 이번 언급은 기존 입장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 당명 빼고는 무엇이든지 협상 대상이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항상 그것(합당)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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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도 “두 당이 합당하게 되면 안 후보는 제3지대가 아닌 제1지대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여소야대 대치 국면을 우려한 뒤 “결국 단일화가 될 거로 본다. 이건 윤 후보의 결단 문제”라며 “안 후보와 연합해 함께 가는 걸 국민께 보여드리며 안심을 시켜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뒤 합당’이 중요한 이유는 선거 비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완주한 뒤 득표율 15% 이상을 얻으면 전액, 10~15%를 얻으면 절반을 국고에서 보전받는다. 하지만 중도 포기를 하면 비용은 전액 보전받을 수 없다. 그래서 야권에서 최근 급부상한 아이디어가 합당이다. 합당을 하게 되면 두 정당은 합당 전 권리·의무를 승계받는다. 국민의당이 치른 대선 비용이 채무로 남게 되더라도 대선 뒤 합당을 통해 정당 회계를 통합하면 사실상 국민의힘이 빚을 갚아주는 게 된다. 돈 문제 때문에 완주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후보 측 인사가 접촉하고 있는 국민의당 관계자도 당내 회계 업무에 정통한 인사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 인사는 “상견례를 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물밑 협상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두 인사가 나눈 대화 내용 중 일부는 안 후보에게도 전달됐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제시한 안 후보 측도 후보 간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우리는 여전히 윤 후보의 답을 기다리고 있으며 거기에서 더 할 얘기가 없다”면서도 “안 후보의 제안을 받는다든지, 거부한다든지, 수정 제안을 들고 온다든지 셋 중의 하나는 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치권에선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 전날인 오는 27일을 협상 시한으로 꼽고 있다. 이와 관련,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윤 후보에게 단일화에 대해 물어보니 ‘내게 맡겨 달라’고 했다. 맥락상 ‘곧 만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곧 안 후보에게 연락할 것 같더라”고 말했다. 윤 후보도 줄곧 안 후보를 자극하는 언행은 자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윤 후보는 이날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엔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찾았다. 당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당시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선후보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후보의 옷깃을 잡고 욕설을 쏟아내며 조문을 저지했다. “감히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45년 구형을 때린 자가 여기 와서 정치 쇼를 한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윤 후보 지지자들이 한 데 모였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영정 사진 앞에 분향한 뒤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이어 방명록을 적고 생가를 둘러본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사회 혁명을 다시 제대로 배우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구미역 앞 거리 유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 혁명을 통해 가난과 기아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민주화를 추진할 만큼의 경제력과 교육 기반을 만들어냈다”면서다.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낡은 이념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려고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반대한 것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대형 쇼핑몰에 있는 좋은 물건과 명품들에 도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투쟁 의지가 약화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행복을 책임져야 할 정당이 이래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젠 폐기 처분해야 하는 수십 년 전 사회혁명 이념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뭉쳐서 공직 자리도 나눠 갖고 이권도 갈라 먹으면서 나라를 거덜 냈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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