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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암호화폐 해킹 잡는 美 조직…한국계 여검사가 지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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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법무부는 한국계 최은영 검사를 암호화폐단속팀(NCET) 초대 국장으로 임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는 한국계 최은영 검사를 암호화폐단속팀(NCET) 초대 국장으로 임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법무부가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등 국제 사이버 범죄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국가암호화폐단속팀(NCET)을 새로 만들고, 초대 국장에 한국계인 최은영 검사를 임명했다. 

최 검사가 이끄는 NCET는 북한은 물론 전 세계의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중대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까지 담당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무부는 암호화폐 해킹 등 사이버 범죄, 돈세탁 수사 등의 경험을 갖춘 검사 등으로 NCEF를 꾸렸다.

北 해킹 등 겨냥한 NCET 출범 

NCET 초대 국장에 임명된 최은영 검사. [미 법무부 제공]

NCET 초대 국장에 임명된 최은영 검사. [미 법무부 제공]

특히 최 검사는 미 법무부 내에서 암호화폐를 포함한 사이버 범죄 수사에 최적화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뉴욕 남부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부터 사이버 범죄 분야를 담당하며 관련 수사 내공을 키웠고, 최근엔 리사 모나코 미 법무부 차관의 선임자문관을 역임했다.

케네스 폴라이트 주니어 법무부 범죄국 담당 차관보는 이날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빠른 혁신과 함께 범죄자들이 이 분야를 사이버 공격과 돈세탁, 절도, 사기 등에 은밀하게 사용하는 일이 증가했다”며 “NCET는 이같은 범죄 증가를 차단하기 위한 법무부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신임 국장에 대해선 “암호화폐 문제에 밝은 리더”라며 “그가 NCET 정식 국장으로서 이 분야의 법무부 업무를 이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해킹해 미사일 개발하는 北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가로막혀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을 주된 수익원으로 활용하며 각종 사이버 범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가로막혀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을 주된 수익원으로 활용하며 각종 사이버 범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NCET의 주요 타깃으론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은행을 해킹해 암호화폐를 빼돌리는 북한 해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미 체인어낼리시스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2년 가상화폐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약 4억 달러(479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해킹했다. 해커들은 암호화폐를 빼돌린 뒤 자금을 세탁했는데, 지난해에만 약 9000만 달러(1078억원)의 암호화폐를 세탁해 현금화했다. 사이버 공간까지 미치지 못하는 대북 제재의 빈틈을 노려 북한이 가상화폐를 새로운 수익 창출원(캐시카우)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북한 당국은 암호화폐를 세탁해 마련한 현금을 각종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은 연례 보고서 초안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뿐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그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 보도했다. 특히 해당 보고서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여전히 북한의 중요한 수익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제재에 막힌 北, 암호화폐 관심도↑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대폭 강화된 2016년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등 암호화폐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7년 평양 과학기술대학에 블록체인 기술을 가르치는 ‘블록체인 단기 강좌’가 개설됐을 정도다. 대북제재로 줄어든 외화를 불법으로 확보하기 위한 '블루오션'에 눈을 돌린 셈이다. 

북한의 2019년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 웹사이트. 2020.4.18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북한의 2019년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 웹사이트. 2020.4.18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2019년 4월엔 평양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인 버질 그리피스가 이 행사에 참여했다. 미 법무부는 “북한에 암호화폐에 대한 고도의 기술 정보를 제공해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2019년 11월 그리피스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해 2월엔 미 법무부가 약 13억 달러(1조4300억원)의 암호화폐와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전창혁·김일·박진혁 등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으로, 은행 및 기업 등을 광범위하게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 검찰은 전씨 등 3명의 해커가 북한 정부 지시로 해킹을 감행했다고 보고 “세계적인 은행 강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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