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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곽윤기에 격한 칭찬…발리예바 이름은 지워졌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와 막내 이준서의 과거·현재 모습.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와 막내 이준서의 과거·현재 모습.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내가 책임감은 짊어질테니 후배들은 올림픽을 즐겼으면 좋겠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32·고양시청)가 지난 15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밝힌 소감이 인터넷에서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 대표팀 막내 이준서(21·한국체대)는 “형 충분히 멋있으시고 이미 레전드예요♡”라고 적었다. 여기엔 “삼촌이 아니라 형이라니” “‘맏막즈(맏형+막내)’ 화이팅”과 같은 댓글이 200여개 이상 달렸다. 팬들은 열한 살 차이의 선후배가 편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반겼다.

“구시대적 악습 타파” 맏형·맏언니에게 격하게 공감

16일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앞둔 곽윤기가 전날 공개한 유튜브 영상. 사진 곽윤기 유튜브 캡처

16일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앞둔 곽윤기가 전날 공개한 유튜브 영상. 사진 곽윤기 유튜브 캡처

곽윤기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서열 등을 따지지 않고 후배를 챙기는 모습이다. “너희(후배들)가 나의 자리에 섰을 때 후배들을 나보다 더 챙겨줘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영상은 공개 하루 만인 16일 조회 수 200만 회를 넘었다. “곽윤기라는 리더가 있어서 감사하다” “후배와 동료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등과 같은 댓글이 줄이었다.

쇼트트랙팀 진천선수촌의 ‘1인실 또는 2인 1실’ 방 배정 때 최고참(곽윤기) 뜻이 아니라 공평하게 사다리게임으로 정한 것도 화제가 됐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모습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구시대적 악습을 벗어나 후배를 편하게 해주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선후배 서열 많이 따지는 스포츠계에서 곽윤기는 혁명”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표팀 맏언니이자 미소천사”(문재인 대통령)라고 불리는 김아랑(26·고양시청)도 “팀의 든든한 닻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고, 대기 선수 박지윤(22·한국체대)과 함께 찍은 사진 등으로 관심을 모았다. SNS에서는 “김아랑의 ‘언니미(언니+美)’에 눈물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2022년 겨울올림픽의 팬덤은 이른바 ‘격공’이라 불릴 만하다. SNS를 통해 ‘맏형·맏언니 리더십’에 격하게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 도핑과 편파판정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도 네티즌들은 ‘격공(격한 공분)’한다. 스포츠 정신을 깨트리는 불공정 행위를 참지 못하고 비판하는 반응이 그것이다.

“올림픽정신 훼손” 불공정에는 격하게 공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연기를 마친 뒤 울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연기를 마친 뒤 울고 있다. 연합뉴스

‘격한 공분’은 지난 15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났다. 도핑 의혹에도 불구하고 출전한 카밀라 발리예바(15·러시아)를 두고서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피겨 여왕’ 김연아)는 반응과 함께 인터넷에서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들을 지운 뒤 경기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화제가 됐다. “사실상 순위” “찐(진짜) 순위”라면서다.

유영과 김예림이 각각 3위와 6위라는 합성사진. ROC 선수들이 사라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유영과 김예림이 각각 3위와 6위라는 합성사진. ROC 선수들이 사라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계산법에 따라 쇼트프로그램에서 각각 6위와 9위를 기록한 유영(17·수리고)과 김예림(19·수리고)이 사실상 3위와 6위(러시아 선수 3인 제외)라는 합성사진도 만들어졌다. “불공정으로 얼룩진 선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인 셈이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이준서와 황대헌이 실격했을 때 반중 정서가 2030을 중심으로 폭발했던 것도 불공정에 대한 격한 공분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한국 선수들과 팬들이 결과만 중시하는 성적 지상주의를 벗어나는 수준 높은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응수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지난해 도쿄 여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승부를 떠나 닮고 싶은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핑이나 편파 판정이 외면받는 것도 같은 이치다. ‘왜 너희들은 즐기지 못하고 아직도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마음껏 표현했다면 서로 인정하고 공감하는 시대가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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