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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2심도 무죄...法, "과실 입증 안돼"

중앙일보

입력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진 최승식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진 최승식 기자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하룻밤 새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진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배형원 강상욱 배상원)는 16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조 모 교수와 간호사 등 7명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사의 공소사실이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가능성이 조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의 쟁점은 당시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주사제가 균에 오염된 상태였는지, 주사제를 준비하고 투여하는 방식이 잘못돼 신생아들이 사망한 것인지 등이었다.

앞서 검찰과 질병관리본부는 "사고 당시 발견된 주사기에 든 신생아 영양제 '스모프리피드'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나왔고, 숨진 신생아들의 몸에서도 이 균이 검출됐다"며 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감염을 지적했다. 또 주사제 한 병을 무리하게 나눠 쓰는 관행으로 인해 오염이 발생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사제가 사후적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의료진들 역시 "해당 주사기가 의료 폐기물함에 10시간 이상 버려져 있던 상태에서 수거됐다"며 "주사제가 투여 이후에 외부 요인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같은 주사제를 투여한 신생아 1명에게는 해당 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또 투여 이후에도 생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생존한 신생아가 남들보다 더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사제를 무리하게 나눠서 쓰는 관행에 대해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주사제 오염이나 신생아 사망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이 중환자실에서는 매우 오랫동안 이러한 관행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에만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균실이 아닌 곳에서 주사제를 준비한 점 등 환경 문제를 간호사들의 과실로 연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주사제를 제조하고 운송하는 과정, 보관하고 투여하는 과정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오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사용된 수액 세트 등 다른 의료기기가 애초에 오염됐을 가능성 등도 언급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형사 재판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증거를 판단해야 하는데,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충분히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신생아 4명이 동시에 같은 원인으로 사망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점이 관련자를 단죄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법리와 증거가 아닌 감정과 직관에 호소하지 않도록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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