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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4년 전 기억 털고 베이징 무대에 선 박지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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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지우. [사진 대한체육회, 네이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지우. [사진 대한체육회, 네이버]

즐기지 못했던 첫 번째 올림픽. 이번엔 최선을 다한 레이스로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지우(24·강원도청)이 출격 준비를 마쳤다.

박지우는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 출전한다. 매스스타트는 기록이 아닌 순위를 가리는 경기로 쇼트트랙과 비슷하다. 트랙(400m) 16바퀴를 돌지만 코스 안쪽 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6000m 정도를 달린다. 체력과 순발력이 모두 필요한 경기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됐고, 김보름(강원도청)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지우는 지난 3일 입국해 보름 가까이 연습만 하고 있다. 박지우는 "한 종목에 출전하는데 기다림이 길긴 하다"고 웃으며 "19일 시합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 현재 컨디션이 '최고'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19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종목도 응원하러 가고 싶은데 혹시나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으니 조심했다. 컬링 대표팀 응원을 많이 했는데, 결승(20일)에 가면 꼭 응원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매스스타트 전략은 다양하다. 마지막 바퀴를 1~3위로 골인하는 포인트가 커서 1~3위를 차지하지만 4위부터는 네 바퀴마다 주어지는 스프린트 포인트(1~5점)에 따라 순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승에선 큰 의미가 없지만 준결승에선 이 포인트를 노려 결승에 오르려는 선수들도 많았다.

훈련 도중 휴식 시간에 환하게 웃는 박지우(왼쪽부터), 김현영, 김보름. [뉴스1]

훈련 도중 휴식 시간에 환하게 웃는 박지우(왼쪽부터), 김현영, 김보름. [뉴스1]

이번 대회부턴 스프린트 포인트가 줄어들고, 6위까지 포인트가 커졌다. 마지막 피니시에서 좀 더 접전이 벌어질 듯하다. 팀 스케이팅이나 전술은 4년 전보다 더 다양해졌다. 박지우는 "예전에는 '째는(초반에 스프린트 포인트를 노리는 작전)' 선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렵다. 전략적인 부분은 아시아 선수들이 좀 더 강하고, 센스도 나은 편이다. 올해 랭킹이 올라간 것도 그런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달라진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다. 박지우는 "생각해 놓은 작전이 있지만, 경기에서 달라질 수도 있다. 작년에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게 확실히 불리한 것 같다. 유럽, 아메리카 선수들은 월드컵에 출전했고, 전략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시즌 월드컵을 치르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왜 이렇게 타지?'라고 놀랐는데, 이제 이유를 안다. (김)보름 언니와도 대화를 많이 한다. 언니와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른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과 달리 매스스타는 상황 판단 능력, 그리운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박지우는 "베이징에 오기 전에는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기가 다가올수록 '후회 없이 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 뒤 '아쉬웠다'는 마음은 안 들었으면 좋겠다. 기록 경기가 아니라 매스스타트여서 .전략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이 남을까봐 걱정된다. 쇼트트랙 선수들을 이해하겠다"고 했다.

박지우는 4년 전 첫 올림픽에서 남모를 괴로움을 겪었다. '왕따 주행 사건'이다. 감사 결과 실제로는 어떤 일도 없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파장이 컸다. 당시 갈등을 빚은 노선영과 김보름 둘 다 박지우에겐 선배였다.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선수 생활에 대한 회의와 갈등도 일었다.

박지우는 "평창 이후 '올림픽에 다시 나갈 수 있나' '나가도 되나' 싶었다. 코로나까지 터졌다. 올림픽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그래도 얼마나 중요하고, '출전 만으로도 영광인데'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갈 수 있을까'라고 의심할 때 지난해 여름 대표팀에 함께 있었던 (김)민선이와 (정)재원, (김)민석이가 큰 힘을 줬다. 지난 여름부터 '한 번 더 가야하지 않겠냐'라고 이끌었다. 덕분에 올림픽 티켓을 땄다. 나에게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박지우는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김보름(8위)에 이은 랭킹 9위에 올랐다. 메달 획득은 하지 못했지만 결승 진출은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박지우의 목표도 일단 준결승을 통과하는 것이다. 박지우는 "결승까지 올라간다면 후회없이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브(I 리즈(왼쪽부터), 레이, 장원영, 안유진, 가을, 이서. [뉴스1]

아이브(I 리즈(왼쪽부터), 레이, 장원영, 안유진, 가을, 이서. [뉴스1]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열린 결단식에서 박지우가 걸그룹 '아이브'의 축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팬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다. 거리두기 때문에 호응을 보내기 어려웠지만, 박지우를 비롯한 빙상 선수들이 LED로 응원 문구를 비추고,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지상파로 방송이 됐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누구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박지우는 "솔직히 아이브의 엄청난 팬은 아니다. 하지만 그 노래(일레븐)가 너무 좋아서 대표팀 내에서 내가 전파시켰다. 결단식 때 아이브 분들이 온다는데, 거리두기 때문에 조용할 것 같아서 전날 공식 유튜뷰를 보고 응원법를 배워 갔다. 언니들은 박수를 치게하고, (박)성현이한테는 LED 들어주라고 했다. 전날 공식 유튜브를 보고 공부했다"고 웃었다.

이어 "최애 멤버는 장원영씨다. '프로듀스 48'에 나올 때 응원했다. 사실 응원이 제대로 들릴까 걱정했고, 그걸 들으시면서 웃어준 것도 몰랐다. 나중에 하트도 했다고 하던데 못 봤다. 너무 감사하다"며 "아이브 분들이 빙상 대표팀 선수들 응원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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