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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중증치매 엄마는 천사예요" 아들은 여기가 천국이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인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12차 마감: 2월 28일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모자는 이마를 맞대고 “웃자, 웃자” 합니다. “하하하” 웃음으로 시작한 하루, 온종일 “하하하”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모자는 이마를 맞대고 “웃자, 웃자” 합니다. “하하하” 웃음으로 시작한 하루, 온종일 “하하하”입니다.

9년 전 어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시며
몸에 마비가 왔습니다.
어머니는 스스로 하시던
모든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 나는 티베트 카일라스 산 트레킹을 계획하며
계룡산에서 체력단련 하는 중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병으로 인해
티베트 수미산(카일라스 산)으로 가려던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어머니를 수미산이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침 선물 받은 고물차로
어머니와 함께 전국 유람을 했습니다.
이곳저곳 보여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공연장과 극장 관람도 하곤 했습니다.

그 와중에 어머니께 치매가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님과 소통이 될까 하고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웃는 것이었습니다.
“웃자, 웃자, 우수수” 하면
“하하하, 하하하”를 반복하며
하루 수백번 연습했습니다.

웃는 동안 얼굴 근육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의 근심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웃자, 웃자” 합니다.
밥 먹을 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병원에 입원할 때도,
잠을 잘 때도
“웃자, 웃자, 우수수, 하하하” 생활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제가 대신하면서
어머니로부터 사랑· 자비· 웃음을 듬뿍 배우고 있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스승님으로 모시고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최고의 스승님이 어머니이심을 배우고 있답니다.

밤에 주무실 때도 손을 꼭 잡아드리며 잠을 자는데
쇼크로 인한 긴박한 위기를 두 번이나 넘기며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에게
“아버지 잘 주무셨어요?”라고 인사 하고,
밤에 주무실 때는 나에게
“어머니 고맙습니다. 하하하 “하고 주무신답니다.

어머니는 병들고 힘든 몸이시지만,
웃음을 유지하시며 행복한 웃음을 마냥 즐기고 있답니다.
어머니께서 이 세상에 오실 때 웃음을 가지고 오셨듯,
삶을 마치실 때 “하하하” 웃으며 작별하기를 꿈꿉니다.

자비운각


아들이 조는 어머니를 살핍니다. 온종일 드셔야 하는 어머니에게 음식을 떠먹이기 위해서입니다.

아들이 조는 어머니를 살핍니다. 온종일 드셔야 하는 어머니에게 음식을 떠먹이기 위해서입니다.

노모는 볕 좋은 창가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졸고 있습니다.
아들은 밭일용 깔개에 앉은 채 어머니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따금 아들은 어머니 입에 음식을 넣어줍니다.

음식을 먹이는 아들은 하하하 웃고, 음식을 먹은 어머니는 빙긋이 웃습니다. 그렇게 둘은 마주 보고 웃습니다.

음식을 먹이는 아들은 하하하 웃고, 음식을 먹은 어머니는 빙긋이 웃습니다. 그렇게 둘은 마주 보고 웃습니다.

 “어머니, 드세요. 하하하”라 말하며 음식을 떠먹입니다.
 자비운각의 집에 당도하자마자 본 풍경이 이랬습니다.

조는 어머니와 이따금 어머니 입속으로
음식을 나르는 아들을 오래도록 지켜봤습니다.

한참 지켜본 후 조는 어머니에게
그토록 음식을 떠먹이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원래 온종일 드십니다.
조금씩 천천히 드시죠.
어머니 모시는 일의 대부분이 식사 수발입니다.
소화가 잘되게끔 모든 음식은 갈아서,
영양이 모자라지 않게끔 열 가지 이상 재료로 만들어 드립니다.
지난해 12월에 24일간 입원하신 후,
기력이 급속히 쇠해지셨습니다.
치매에다가 온갖 병을 다 가지고 계시니까요.
더구나 오늘은 사진 찍는 날이니
잘 웃으시려면 어머니 속이 좀 든든해야죠.
어머니 몇 숟갈만 더 드시게 하겠습니다.”

어머니께 음식을 드리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 어머님 수발이 9년째인데 힘들지 않으십니까?”
아들은 어머니가 처음 뇌졸중일 때부터 차로 모시고 전국 여행을 다녔습니다. 현재 중증 치매인 어머니는 그 여행을 기억하나 봅니다. 차를 타면 늘 싱글벙글 웃습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처음 뇌졸중일 때부터 차로 모시고 전국 여행을 다녔습니다. 현재 중증 치매인 어머니는 그 여행을 기억하나 봅니다. 차를 타면 늘 싱글벙글 웃습니다.

“처음 뇌졸중일 땐 제가 어머니 팔짱 끼고 전국 다녔으니 힘들지 않았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제가 어머니를 치매로 인정한 게 2년 전부터인데요. 어머니와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 그냥 이 자체가 즐거운 것 같아요.”
“멀쩡한 사람과 온종일 얼굴 맞대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요.”
“어머님이 스승님이십니다. 저한테 이런 웃음을 만들어주시고, 또 사랑을 가르쳐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가려던 수미산은 움직이지 않는 산인데, 어머니 움직이는 수미산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니까요. 이런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을 계속 수양하게 되니 어머니가 최고의 도량인 거죠.”
자비운각은 어머니를 천사로 여깁니다. 천사처럼 그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니 그러하답니다. 이렇듯 어머니를 천사로 여기기에 함께하는 곳이 곧 천국이라고 합니다.

자비운각은 어머니를 천사로 여깁니다. 천사처럼 그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니 그러하답니다. 이렇듯 어머니를 천사로 여기기에 함께하는 곳이 곧 천국이라고 합니다.

“참, 어머님을 ‘하하하 대학 총장님’이라고 하시던데 무슨 의미인가요?”
“첫 번째 ‘하’는 하늘을 닮은 마음이고요. 두 번째 ‘하’는 하해와 같은 마음이고요. 세 번째 ‘하’는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고, 마음을 가지고, 또 행동하는 네 가지가 하나 됨을 의미하는데요. 하나가 되었을 때 완전하게 평화로워지더라고요. ‘하하하’는 웃음도 되지만, 거기엔 이런 철학도 있습니다.”

한 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졸음에서 깬 어머니가 저를 보고 빙긋이 웃고 있습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웃음입니다.

그 모습을 본 아들이 어머니에게 저를 소개했습니다.

“어머니 총장님 뵈러 서울에서 온 권혁재 기자예요. 하하하 인사하세요.”

그 말에 어머니가 합장하듯 양손을 모으고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이따금 기자와 눈이 마주치면 어머니는 두손을 모으고 오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이따금 기자와 눈이 마주치면 어머니는 두손을 모으고 오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사실 적잖이 놀랐습니다.
중증인데 인사를 건네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생활비는 어떻게 감당하십니까?”
“제가 12년 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어요. 어머니가 아프기 훨씬 전이죠. 어머님이 중증이시고 제가 집에서 요양 보호하니 60~70만원씩 국가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제 자식 셋과 형제들이 십시일반 돕고요. 사는 데는 충분해요. 어머님 먹는 거 외엔 돈 쓸데가 없으니까요.”
“처음 보내신 사연을 보고 계룡산 바위에 앉아 도를 닦는 분인가보다 했는데 누구보다 현실에 계신 분이군요.”
아들이 웃는 일이 어머니를 웃게 하는 일입니다. '효도도 하나의 도'라는 아들의 효도는 웃음에서 비롯됩니다.

아들이 웃는 일이 어머니를 웃게 하는 일입니다. '효도도 하나의 도'라는 아들의 효도는 웃음에서 비롯됩니다.

“하하하. 생활 속에서, 사람 속에서 웃음과 사랑이 있으니 어머니와 저는 천국에 있는 겁니다. 그리고 불교도 불도, 유교도 유도라고 할 수도 있듯 효도도 하나의 도입니다. 그냥 눈 뜨면서부터 그냥 잘 때까지 이렇게 효도를 다 하는 것, 그 자체가 도인 거죠. 그러니 어머님이 얼마나 큰 스승님입니까!”

어머니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 사진을 두루두루 찍었습니다.
다 찍고 나니 어머니가 아들에게 뭐라 말했습니다.
귀 쫑긋 세우고 들으려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소리가 작았습니다.

그런데 용케도 아들은 그 말을 들었나 봅니다.

“어머니께서 뭐라도 대접하라고 하시네요. 하하하.”
사진을 찍고 난 후 어머니는 자비운각의 어머니로 잠시 돌아왔나 봅니다. 아들에게 호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뭐라도 대접을 하라고 했답니다.

사진을 찍고 난 후 어머니는 자비운각의 어머니로 잠시 돌아왔나 봅니다. 아들에게 호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뭐라도 대접을 하라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아들이 어머니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이걸로 점심 사드리라네요. 하하하.”  
“아니 어떻게 중증 치매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하하하. 제가 장난을 치면 아주 가끔 “이놈아 까불지 마”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아주 가끔 이지만, 제 어머니로 돌아오실 때가 있어요.”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렀습니다.
오랜만에 들린 터라 식당 주인이
걱정스러운 듯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머님이 많이 야위셨네요.”

아들의 답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시는 중이시니까요. 하하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한 답에 혹여 잘못 들었나 하여 제가 재차 물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시는 중이라고 표현하셨습니까?”

 “네. 맞아요. 이 세상에 왔다가 잘 놀다 자연으로 가는 거죠. 이렇게 웃으면서 만나고, 웃으면서 헤어지는 것, 그것을 위해서 저와 제 어머니가 늘 ‘하하하’ 하는 겁니다.”

아들에게 어머니는 스승이라고 합니다. 웃음을 만들어주고, 또 사랑을 가르쳐줬으니 스승인 겁니다.

아들에게 어머니는 스승이라고 합니다. 웃음을 만들어주고, 또 사랑을 가르쳐줬으니 스승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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