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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범 장손 분노의 성명 "비리 김원웅, 왜 사퇴 버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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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가보훈처가 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회가 운영하는 국회 카페 수익금 중 일부를 횡령했다며 수사 의뢰했지만, 김 회장이 사퇴하지 않자 광복회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광복회 대의원은 “김원웅의 개인 비리로 광복회의 신뢰와 명예가 실추됐는데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것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성명서(*기사 아래 전문)를 12일 내놨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보훈처는 지난 10일 김 회장이 광복회가 국회에서 운영하는 ‘헤리티지 815’ 카페의 수익금 중 6100만원을 개인 비자금으로 썼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헤리티지 815는 광복회가 국가유공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로부터 무상으로 운영을 허가받은 카페다.

또 보훈처는 김 회장이 친인척이 세운 골재 채취 업체에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를 무상 사용케 하는 등 또 다른 비리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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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 9일 광복회 대의원 등 31명은 김 회장 불신임안 의결을 위한 임시 총회(오는 22일 개최)를 광복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직권으로 이를 반려하면서 회원들의 집단 반발을 샀다.

지난 9일 광복회 대의원 등 31명의 총회 구성원은 김원웅 광복회장 불신임안 의결을 위한 임시 총회를 광복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 요청을 직권 반려했다. 사진 권영혁 광복회 대의원

지난 7일 광복회 대의원 등 광복회원들이 김원웅 광복회장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김 회장 해임을 위한 임시 총회 요청을 김 회장이 반려하자 지난 11일 재차 항의 방문했다. 사진 권영혁 광복회 대의원

급기야 일부 회원이 지난 11일 김 회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김 회장은 이들에게 “(임시 총회 요청이) 정관에 명시된 것과 다르다”며 “(반려 사유를) 공식 문서로 보내겠다. 검토 중이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 회장 불신임안에 찬성한 권영혁 광복회 대의원(의열단을 창시한 권준 장군의 손자)은 “김 회장이 뚜렷한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자신의 해임을 결정할 총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회 정관상 임시 총회는 이사, 대의원, 시ㆍ도 지부장 등 총회 구성원의 과반이 요청하면 열게 돼 있다. 권 대의원은 “우리가 광복회에 확인한 결과 현재 총회 구성원은 모두 61명(이사 8명, 대의원 36명, 시ㆍ도 지부장 17명)”이라며 “독립운동 후손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3ㆍ1절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31명으로 딱 과반을 맞춰서 낸 것일 뿐, 실제로는 더 많은 회원이 불신임안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회원은 김원웅이 임시 총회를 계속 거부하고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조만간 광복회관을 점거하고 출근을 저지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수사로 민낯 밝혀 단죄해야" 

이런 가운데 김진 대의원은 김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대의원은 성명서에서 “광복회 수장인 김원웅이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국가보훈처의 보도자료를 보고 가슴이 무너져내리고 참담할 따름”이라며 “개인 비리로 광복회의 신뢰와 명예가 실추된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물러나야 마땅한데도 김 회장은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광복회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든 말든 자리를 지키겠다는 몰염치와 철면피 같은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며 “경찰도 증거 인멸이 없도록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김 회장의 민낯을 밝혀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선전포고 80주년 기념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광복회 대의원이 80년 전 상황을 재연하듯 임시정부 대일 선전포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12월 1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선전포고 80주년 기념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광복회 대의원이 80년 전 상황을 재연하듯 임시정부 대일 선전포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번 성명서와 관련, 김 대의원은 중앙일보에 “더는 내가 침묵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성명서를 내게 됐다”며 “광복회 위상을 걱정해 지난 몇 달 동안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김 회장이 계속 부정하면서 이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참담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광복회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김원웅 퇴치 집행본부’를 준비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11일 언론 입장문을 통해 보훈처 감사 결과에 대해 "횡령을 저지른 사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보훈처는 그 자체가 심각한 위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퇴 의사는 전혀 없다"며 "경찰과 사법당국 조사에서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이날 연합뉴스에 말했다.

김진 광복회 대의원의 성명서 전문

김원웅 회장은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가?

광복회 김원웅 회장의 비리 사태를 보며 침묵하고 있던 나 자신에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고 온 김원웅 회장에게 묻고 싶다.

국가보훈처가 감사를 통해 김원웅 광복회장의 공금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 1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광복회 사무실을 친인척 회사가 무상 사용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국가보훈처의 감사로 밝혀졌다.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독립유공자와 유족으로 구성된 광복회의 수장인 김원웅 광복회장이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국가보훈처의 보도자료를 보고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고 국민과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님들의 영령 앞에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정말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참담할 따름이다.

수익금 전액을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으로 쓰겠다는 조건으로 국회 사무처로부터 임대료 없이 카페 공간을 얻어놓고는 이런 짓을 했다. 그런데 김원웅 회장은 A씨의 개인 비리라고 일축하고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나는 백번 양보하고 다시 생각해본다. A씨를 누가 임명했는가? 바로 김원웅 회장이다. 지시하고 감독하고 결재선상에서 살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김원웅 회장에게 있다.

또한 광복회 대의원협의회에서 광복회 건물에 협의회 사무실을 사용하기 위해 허락을 해달라고 했을 때, 내 줄 사무실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를 친인척이 설립한 골재 채취 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한 것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업체는 광복회장 명의의 협조 공문을 국방부와 여주시 등에 발송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광복회를 사유화하다시피 하며 전횡을 휘두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장영달 전 국회의원과 지금 내부 고발을 한 A씨”가 광복회장 직인을 도용하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복회장 김원웅은 지금까지 허수아비 회장이었다는 것인가? 외부인들이 들어와 광복회를 장악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편협한 역사 인식, 정제되지 않은 표현, 정치적 편향성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초래해 광복회 내부에서조차 자격 시비가 끊이지 않더니 이번엔 횡령 등 혐의로 수사까지 받게 됐다. 김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편향적 발표”라며 반발했으나 비자금 가운데 1000만원이 김 회장 통장으로 입금된 후 여러 단계를 거쳐 현금화된 정황 등으로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제는 광복회라는 공법단체 뒤에 숨어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보도자료를 만들어라, 회계 책임자에게 이렇게 답변해라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과 광복회원과 유족 앞에 나서서 변명이 아닌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

보훈처 감사 결과와 수사 의뢰만으로도 김 회장은 광복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 국가보훈처가 카페 사업 승인을 취소키로 해 경제적 손실도 끼치게 됐다. 김원웅 개인 비리로 광복회의 신뢰와 명예가 실추된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물러나야 마땅한데도 김 회장은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광복회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든 말든 자리를 지키겠다는 몰염치와 철면피 같은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보훈처가 해임할 권한이 없는 만큼 광복회 회원들이 해임동의안을 제출하며 임시총회 소집요구에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지연하는 그 작태를 보며 한심한 생각이 든다.

회장이 아닌 회원이었으면 벌써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절차에 들어갔을 것이다. 다시 한번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고 더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그리고 광복회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광복회장직을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실추된 광복회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찰도 증거 인멸이 없도록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김원웅 회장의 민낯을 밝혀 단죄해야 할 것이다.

2022. 2. 12
김진 백범 김구 선생 장손, 광복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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