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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택배·세탁·은행업무까지…‘슬세권’ 편의점 “못하는 게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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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지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우(편의점)가 형(대형마트)을 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집 앞 마트’인 편의점의 장점이 부각된 영향이 크다. 택배 대행, 세탁물 수거, 은행 업무까지 다양한 변신을 꾀한 전략도 통했다는 평이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있는 주부. [중앙포토]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있는 주부. [중앙포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 매출이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을 역대 최초로 앞섰다. 전체 유통업계 매출에서 편의점의 점유율은 15.9%로, 대형마트(15.7%)를 소폭 앞질렀다.

그간 편의점은 ‘미니 마트’ 인식이 강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시간에 급하게 필요한 제품이 있거나 음료수나 간단한 간식 등을 살 때 찾는 식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만 해도 대형마트 매출 점유율은 20.2%로, 편의점(17%)을 3.2%포인트 앞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020년 편의점(17%)이 대형마트(18%)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지난해 역전했다.

편의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국내 1인 가구가 늘면서다.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2000년 24.6%에서 2020년 59.5% 늘면서 ‘편하게 소량 구매할 수 있는 마트’라는 인식이 퍼졌다. 편의점이 부상한 것은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범위)이라는 입지적 장점이 작용하면서다.

코로나19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 방문이 부담스러워지자 집 바로 앞 편의점을 마트 대신 이용하는 수요가 늘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서모(39)씨는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구매를 온라인을 통해서 하지만, 직접 보고 사야 하는 신선제품이나 급하게 사야 하는 제품은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견제하며 온라인 쇼핑에 집중하는 사이 편의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이유다. 현재 편의점은 도시락이나 간편식 등 한 끼 식사 거리를 팔 뿐 아니라 택배·은행·세탁소·약국 역할까지 한다.

CU의 자체 택배인 'CU끼리'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CU의 자체 택배인 'CU끼리'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택배 서비스는 이미 성장세가 가파르다. 특히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전달하는 자체 택배 이용이 늘었다. 지난해 CU 자체 택배인 ‘CU끼리’ 이용 건수는 전년보다 616.8% 증가했다. GS25의 자체 택배인 ‘반값 택배’ 거래량도 확 늘었다. 지난해 자체 택배 거래 건수는 603만건으로, 전년(148만건)보다 4배로 성장했다.

은행 역할도 한다.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CU 매장에는 하나은행이 입점했다.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나 보안카드 발급을 할 수 있고 은행 상담원과 화상 상담으로 다른 간단한 은행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GS25에서는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편의점에 설치된 수거통에 세탁물을 맡기만 48시간 집으로 깨끗한 옷을 받을 수 있다. 단순 빨래는 물론 드라이크리닝, 수선까지 된다. 간단한 안전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고 보관창고처럼 짐 보관도 된다. 최근 롯데가 당초 예상가(2000억원 대)보다 높은 3133억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을 100% 인수한 데도 높아진 편의점의 위상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라서다. 현재 국내 편의점 4만8000여 곳(지난해 말 기준)이다. 지난 2년간 매년 5000개씩 점포가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적정 편의점 수를 4만2000여 곳으로 분석한다.

대형마트의 부진으로 인한 풍선효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창고형 매장, 특화형 매장 등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대형마트가 돌파구를 마련하면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만물상 같은 느낌이라 이용이 늘고 있는 건 맞지만,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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