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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尹무혐의 결정서엔…“임은정이 무리하게 수사팀 감찰”

중앙일보

입력

2021년 9월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한명숙 수사팀 감찰 방해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2021년 9월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한명숙 수사팀 감찰 방해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자처해온 임은정 전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해 “무리하게 한 전 총리 수사팀을 감찰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은정, 주무검사 아니면서 혐의 불분명 사안 인지하겠다 나서”

11일 고발인 사법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공개한 윤석열 후보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공수처는 “임은정이 사건의 주무과장이자 팀장인 허정수 당시 대검 감찰3과장을 배제하고 주임검사를 자처하면서 혐의 유무가 명백하지 아니한 사안을 인지하겠다고 결재를 상신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결재를 반려하며 “허정수 과장이 주임검사다”라고 재확인한 것 등은 위법하지 않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공수처는 근본적으로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봤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이란 수사팀 검사들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1심 재판 당시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로 하여금 위증을 사주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수처는 2020년 4월 재소자 최모씨가 법무부에 제출한 관련 민원서에 대해 “한명숙 수사팀의 위법행위나 죄명을 특정할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2020년 6월 다른 재소자 한모씨가 대검에 낸 감찰·수사 의뢰서에 대해선 “한명숙 수사팀의 위법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라고 판단하긴 했다. 그러나 한씨는 이후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앞서 민원서를 냈던 최씨는 두 달 만에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등은 없었고 앞으로 어떠한 언론이나 검찰 조사를 거부할 것”이라는 취지의 2차 민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혐의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였지만, 감찰을 주도하려 했던 임은정 전 연구관이 주임 검사도 아니었다는 것 역시 지적됐다. 임 전 연구관은 “2020년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부임하면서 사건의 주임 연구관이 되었다”라고 주장했지만, “임 연구관은 주임 검사가 아니었다”라는 윤석열 전 총장의 주장에 공수처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임은정 전 연구관이 2021년 1월 8일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소속이던 엄희준 부장검사에게 검찰 내부망 메신저로 “허정수 과장님께 다 보고드렸습니다. 제가 재배당받은 게 아니라 그 진상조사팀에 투입된 것”이라고 말한 게 결정적인 증거였다. 임 전 연구관은 또 같은 달 11일 조사보고서를 남기며 “본건 민원은 주임 검사가 여전히 허정수 감찰3과장”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2월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2월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공수처 불기소에 임은정 “재정신청”…이어지는 한명숙 구하기

이 같은 판단 아래 공수처가 윤석열 전 총장을 불기소하자 임은정 전 연구관과 고발인 사세행은 “조만간 재정신청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합당한지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법원은 재정신청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신청서 교부일로부터 3개월 내 기소하도록 하게 된다. 관할 법원은 서울고법이다.

검찰 안팎에선 임은정 전 연구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한 고위 검사는 “임 전 연구관이 충분한 근거 없이 무리하게 감찰을 벌이려 했다는 사실이 공수처 수사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라며 “계속해서 자기 뜻을 고집한다면 친여 성향인 검사가 여권의 대모(代母)인 한명숙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2015년 8월 20일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확정판결 받고 만기 복역했다. 이후 여권은 다각도로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처음엔 무죄를 주장하다가 검찰 수사팀의 불법 수사를 지적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특별 지시에 따른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2021년 7월 14일 최종 무혐의로 결론이 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한 전 총리를 특별사면하기에 이르렀다.

공수처가 지난해 6월 4일부터 윤석열 전 총장의 한 전 총리 수사팀 감찰 및 수사 방해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한 것도 여권의 입김에 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한 법조인은 “대체 언제까지 한명숙 구하기가 이어질지 어이가 없다”라며 “공수처의 윤석열 전 총장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도 수사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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