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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종인의 예언, 문재인의 분노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2.1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2.10/뉴스1

1. 김종인 박사(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가 10일 자신의 회고록(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판기념회에서 ‘어둠의 예언’을 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최악이다.차악도 없다..누가 되더라도 앞날이 암울하다. ’
‘한쪽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폭주할 것이 명백하다. 야당은 존재의미조차 사라질 것이다.’
‘다른 후보 당선되어도 그렇다.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 펼쳐진다. 임기 5년, 특히 초반 2년 식물대통령으로 지내야할 것이다.’

2. 김종인의 예언은 기본적으로..자신의 책 내용처럼..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위해서는 ‘권력구조개편’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현재의 권력구조, 즉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누구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3. 김종인의 예언이 주목되는 것은..현 대선주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보다 폭주한다’는 이재명 민주당후보 얘기입니다. 집권초기 힘이 넘치는 대통령, 특히 ‘일 잘한다’앞세우는 이재명, 국회 절대다수 여당이 동반질주할 경우 ‘야당(국민의힘)은 존재조차 사라질 것’이랍니다.

4. 윤석열이 집권하면 정반대입니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아직 2년 남았습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도..민주당 다수가 국회에서 매사 제동을 걸면서‘식물’취급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 일색 시의회 제동으로 식물화되어가는 현상황과 마찬가지입니다.

5. 김종인의 예언은..불행히도 현실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했습니다. 문재인은 윤석열의 중앙일보 인터뷰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발언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적어준 표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6. 윤석열의 발언은 분명..‘정치인의 문법’이 빠진 ‘검사의 화법’이었습니다.
윤석열은‘불법이 있으면 검찰이 수사한다’는 원론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파장은 만만찮습니다. 여권에서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공격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7. 문제는 대통령의 개입입니다.
청와대관계자는 ‘선거개입’아니라 ‘반론권 행사’라고 주장합니다. 청와대는 그렇게 주장하지만..현실에선 선거개입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윤석열이 ‘원론을 말했다’고 주장하지만 청와대가 분노하듯이..
더욱이 민감한 것은 ‘노무현의 죽음’이란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8. 대통령의 ‘대선 중립’ 대표사례는 ‘김대중 비자금 사건’입니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검찰의 ‘김대중 후보 비자금 수사’를 유보한 결정입니다. 당시 앞서가던 여당(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면서 반발합니다. 이 바람에 김대중이 1.5% 차이로 이깁니다.

9. 당시 YS는 ‘대선 앞두고 정치자금 수사하는 건 비겁하다’며 수사중단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YS는 같은 여당이면서도 자신을 치받는 이회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숙명의 라이벌 DJ를 밀어줄 마음도 없었습니다.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 ‘대선개입’은 그만큼 민감합니다.

10. YS의 결심은..법적으로 보자면‘비리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자면..사실상 헌정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기여했습니다. DJ는 대통령 당선된 최초의 야당후보입니다.
최악의 선거판, 대선 이후가 더 걱정되는 정치판입니다. 문재인은 끝까지 참을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