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강경파들의 돌출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등판 첫날 그를 공개 저격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페이스북 글 삭제 소동이 계기다.
10일 복수의 선대위 인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전날(9일) 오후 비공개 본부장급 회의 시작 전에 “내가 추 전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페이스북 글 삭제를 요청하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추 전 장관이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비리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이 위원장을 비판한 게 부적절하다는 데 내부 의견이 모인 결과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회의에 온 이낙연 위원장이 ‘내가 온 첫날부터 이러면 어떻게 하나’라고 운을 뗐지만, 우상호 총괄본부장이 곧바로 ‘선배, 그거 글 내리기로 후보랑 얘기가 다 됐다’고 수습해 더 큰 문제 제기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우 본부장은 통화에서 “후보가 곧바로 (삭제 요청) 결정을 내려서 (잡음 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당내에는 추 전 장관 페이스북 글의 여진이 이어졌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경선 끝난 지 한참 된 마당에 왜 재 뿌리는 글을 썼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추 전 장관은 참 독특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위원장이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복귀하는 걸 보니 배가 아파 그런 것”(서울 중진)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추미애 대표님, 대선 승리를 위해 조금 더 마음을 헤아려달라”며 “지금은 경선 과정의 잘잘못을 헤집기보다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달래고 함께 뭉칠 때”라고 적었다.
중도 확장·친문 부동층 결집을 노리고 띄운 ‘이낙연 카드’가 자칫 제 효과를 다 발휘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기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원톱으로 모셔 이제 우승팀으로 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그의 강점인 신뢰와 안정감이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이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이 위원장은 이날 후보 직속 특임본부장-조직본부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이 거의 본능적으로 짚어내는 것은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의 오만과 무능이다. 국민의 그런 안테나에 한 번 잡히면 빠져나오기가 몹시 어렵다”고 전날에 이어 “겸손과 유능”을 강조했다.
같은 시각 추 전 장관은 “내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릴 일이 있겠느냐”는 윤 후보 과거 발언을 소개하며 ‘윤적윤(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윤 후보 검찰총장 시절 상대 진영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난하며 만든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논리를 그대로 윤 후보에 끌어다 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