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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로 회복세 꺾여/「블랙 먼데이」재현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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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가 안정돼야 세계 증시 회생
87년 10월19일 월요일.
뉴욕증시주가는 1929년 대공황때보다 더 큰 폭락세를 연출했다.
악몽과도 같았던 그 「블랙먼데이(암흑의 월요일)」가 만 3년을 맞았다.
블랙먼데이 이후 주요국 증시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우선 80년대이후의 세계증시는 크게 85∼86년의 1차 고주가시대,87년의 블랙먼데이시대,89년의 2차 동반상승기 및 최근의 중동사태로 인한 침체기등 4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이중 블랙먼데이는 87년 연초부터 이상급등한 뉴욕주가가 미국의 재정ㆍ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다 채권선호 및 장기금리의 상승,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분위기등에 밀려 하루낙폭이 22.6%(대공황때는 12.8%)에 달한 참혹한 사건이다.
뉴욕증시의 이같은 파국은 곧 세계각국으로 파급돼 같은날 런던 20.6%,동경 19.9%,홍콩 33.3%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빚었다(한국은 다음날 2.37%하락).
그후 꾸준한 국제협조체제하에서 금리인하와 각종 규제완화조치에 힘입어 각국의 증시는 속도에 차이는 있어도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89년 동반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뉴욕증시는 그해말 평균주가가 블랙먼데이보다 58.4% 상승한 것을 비롯,동경증시는 51%,대만은 1백62%,런던 17.6%,그리고 한국주가도 2년2개월동안 76%가 올랐다.
단지 홍콩증시만이 이기간중 블랙먼데이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천안문사태라는 돌발악재가 가세한 것이 큰요인으로 풀이된다.
올들어서는 연초 미국의 경기후퇴에 따른 기업실적의 저조,정크본드(부실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시장의 불황으로 인한 드럭셀사의 파산,일본 및 서독의 금리인상추세등이 장세를 압박하면서 주요국 증시는 약세권을 맴돌았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인플레우려가 심화되면서 취해진 일본은행의 재할금리인상은 4월말 주가지수를 연초보다 20%이상 낮은 선으로 떨어뜨려 놓았다.
그러나 5월이후 미국 경제가 호전기미를 보이고 동ㆍ서독의 정치ㆍ경제통합이 가시화되면서 세계증시는 상당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회복국면에 쐐기를 박은 것이 8월2일 터진 이라크사태다. 이 사태로 세계 증시는 일제히 폭락하면서 주가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중동사태후 두달반동안 미국 주가는 약 17%,일본 24%,영국 9%,싱가포르 28%,대만은 52%씩 떨어짐으로써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각국의 주가는 다시 블랙먼데이 수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홍콩역시 작년까지의 부진을 씻으려는듯 올들어 20%이상 주가가 올랐으나 이라크사태와 함께 다시 3년전수준 아래로 하락했다.
문제는 블랙먼데이와 비교해 볼때 이번 중동사태가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
이라크사태는 각국에 유가인상→인플레이션→경기침체를 강요하고 있어 중동사태의 빠른 해결과 유가안정이 선행되지 않는한 주요국 증시는 회복전망이 불투명하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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