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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수면 위로…윤석열 “선대본에서 다룰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선후보 등록(오는 13~14일)을 일주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물꼬를 튼 건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다. 원 본부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박빙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 때가 됐다”며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4일을 제시했다. 선거에서 득표율 15% 이상을 얻어야만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 등록은 단일화의 1차 시한으로 꼽힌다.

원 본부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4시간 만에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여론을 진화했다. 하지만 이날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윤 후보는 “단일화는 기본적으로 저와 선대본 측에서 다룰 문제”라면서도 “단일화 문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엔 부적절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공개 라인을 통해 협의가 진행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안 후보가 중도 포기할 것이라는) 단일화 프레임 때문에 우리는 지지율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어떤 의견이 오가든 우리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안 후보에게 직접 만나자며 단일화 얘기를 꺼내는 이가 많다. 특히 민주당 쪽의 움직임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협상엔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선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 ‘경쟁력’ 문항을 주장한 안 후보와 ‘적합도’ 문항을 주장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신경전을 펼치며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안 후보로선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지속해서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해 왔기에 입장을 번복하기가 다소 부담스럽다. 결국 윤 후보가 ‘통 큰 양보’로 안 후보 측에 과감한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후보와 일한 경험이 있는 정치권 인사는 “지금처럼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차이가 클 경우 정권교체와 단일화 책임은 윤 후보에게 전적으로 전가된다”며 “누가 보더라도 안 후보가 윤 후보 측에 동참할 만한 과감한 제안을 윤 후보가 선제적으로 던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이 대표는 이날 인천 서구갑 당협 필승 결의대회에서 “이번 주 금요일(11일)이 되면 단일화란 말이 더 이상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금요일이 되면 우리 당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알게 될 텐데”라며 “제가 이번 선거에서 허언으로 예언하고 그러지 않지 않습니까”라고도 말했다. 자체적으로 파악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월등히 나올 것이기에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 대표는 또 “원래 단일화는 2등·3등 후보가 하는 것”이라며 “2등·3등 후보가 1등 한번 이겨보겠다고 하는 게 단일화다. 그 언어를 꺼내드는 순간 우리는 패배자의 언어에 들어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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