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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다들 집 한 채 정도는 있잖아요. 날도래 애벌레

중앙일보

입력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얼음을 깨고 든 개울에서
아주 작은 나뭇가지를 발견했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이강운 박사가 얼른 사진부터
찍으라고 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고작 3~4cm 남짓 크기 나무를
찍으라니 의아할 밖에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그런데 오래지 않아
신기한 장면을 봤습니다.
막대 안에서 뭔가가
쏙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살아있는 곤충이
그 안에 들어있었던 겁니다.

이강운 박사가
그 친구의 정체를 설명했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날도래 애벌레예요.
날도래는 대부분
자기 주변에 있는 물질로 집을 짓습니다.
주변에 나뭇잎이 있으면
나뭇잎을 사용하고,
돌이 있으면
돌을 사용해서 집을 짓죠.
워낙 피부가 연약하니
그렇게 자기를 보호하는 겁니다.

이렇듯 이 친구들은
집을 짓고,
집을 갖고,
집을 얹고 다니는 거예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날도래

참으로 신기한 친구인 겁니다.
알고 보니 나뭇가지 같은 게
이 친구의 집이었던 겁니다.

집을 갖고 다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생태적으로도 날도래는 중요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날도래, 강도래, 하루살이 같은 수서곤충은
민물고기의 먹이가 됩니다.
사실 플라이 낚시할 때 사용하는 루어 미끼가
이 친구들 모양으로 만든 겁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에서 브래드 피트가 낚시하며
사용하는 게 이런 것들이죠.
더욱이 이 친구들은 물속에 떨어진 낙엽을 분해해서
물을 깨끗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 친구들이 아니면
우리가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깨끗한 계곡물을
볼 수도 없을 겁니다.
우리 생태계 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친구들인 겁니다.”

사실 날도래를 한낱 미물로 생각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참으로 중요한
생태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집을 빠져나온 날도래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집을 빠져나온 날도래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집을 만들지않는 또 다른 날도래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집을 만들지않는 또 다른 날도래 애벌레

영하 21도의 날씨에
얼음을 깨고 든 계곡에서
발 얼고, 손 시리면서 얻은 건
그들이 그들 나름의 존재 의미로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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