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 오죽했으면 '5전 전패'…무리한 공기업 사장 해임 참극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교통전문기자의 촉: 무리한 해임과 연패] 

 구본환 인국공 사장은 1심에서 승소한 뒤 복직한 상태다. [연합뉴스]

구본환 인국공 사장은 1심에서 승소한 뒤 복직한 상태다. [연합뉴스]

 이틀 전 서울고법 행정3부는 정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장에 대한 해임효력을 정지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낸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처분으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항고는 구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세 번째 법적공방이었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패하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1월 구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청구 소송이었는데요.

 앞서 구 사장은 2019년 10월 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국감장을 떠났으나 인천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자택 근처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국회에 허위 보고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인천공항 전경. [출처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전경. [출처 인천공항공사]

 이에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 사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2020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해 해임이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구 사장은 해임사유가 불명확하고 감사절차도 위법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해임할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던 건데요.

 국토부로서는 비록 1심이지만 완패한 셈입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7일 구 사장이 인국공 복직을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해임효력정지 처분도 인용됐습니다. 정부가 두 번째 패한 사안입니다.

 정부가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와 관련한 항소심이 아직 남아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공기업 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했다가 재판에서 정부가 패한 건 구 사장 건만이 아닌데요.

최창학 전 LX 사장도 소송에서 이겨 남은 임기를 채웠다. [연합뉴스]

최창학 전 LX 사장도 소송에서 이겨 남은 임기를 채웠다. [연합뉴스]

 부하직원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 등으로 해임됐던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이 있습니다. 2018년 취임한 최 전 사장은 개인 용무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동원, 부적절한 드론교육센터 추진 과정 등의 사유로 2020년 4월 해임됐는데요.

 최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3월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감사가 이뤄졌음에도 대면조사도 실시되지 않았다"며 절차적 하자를 들어 최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해임 사유의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았다는 의미인데요. 정부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 결과가 지난 1월 14일에 나왔지만,또다시 최 전 사장이 이겼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공기업 사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초유의 법적공방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5전 전패를 한 겁니다. 그것도 해임사유 자체가 되지 않는다거나 절차에 명백한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로 패했으니 무리하고 허술한 해임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국국토정보공사(LX) 본사. [사진 한국국토정보공사]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국국토정보공사(LX) 본사. [사진 한국국토정보공사]

 하지만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일시적으로 4월까지이지만 초유의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맞은 인국공 임직원들만 적지 않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정부는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까지 밀어붙이려할 겁니다. 중간에 그만둔다면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듯한데요.

 그러나 먼저 스스로 해임 과정과 사유 등을 돌아보고 적절한 해임 추진이었는지, 명백한 하자는 없었는지를 다시 한번 세세히 따져보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부질없는 법적 대응에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는 건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당시 해임을 강행했던 당사자들의 진솔한 사과와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