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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MZ세대, 퇴직연금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101)

2022년으로 접어들자마자 글로벌 악재로 증시가 하락해 퇴직연금 자산운용 실적배당형 상품에도 경고등이 커졌다는 기사가 보인다. 사실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과 투자인내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런 기사는 자신의 자산운용 점검 신호 정도로 여기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불안감을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퇴직연금 교육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마케팅은 가입실적 위주에서 가입자에게 어떻게 의미있는 투자수익률 성과로 보상할 것인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마케팅은 가입실적 위주에서 가입자에게 어떻게 의미있는 투자수익률 성과로 보상할 것인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진 pixabay]

지난 2년여를 한번 되돌아보자. 인류의 대재앙인 코로나 19 사태 속에 세계적 유동성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증시가 상승했다. 여기에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의 두려움)’ 회피 현상도 있을 것이다. 투자에 관심이 거의 없던 사람들이 자본시장을 기웃거리게 한 일면도 있다. 세계적 유동성과 포모 회피 현상으로만 온전히 설명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3월 하순 1400대까지 하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7월 코로나 19 발생 이전 수준인 2200을 회복한 데 이어 2020년 초에는 3000을 돌파했다. 그 이후로 세계 시장의 변동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3000선을 전후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개인투자자의 참여 확대를 들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2020년 63조 8000억원, 2021년 1월 25조 9000억원을 순매수하였고, 주식시장 활동계좌 수는 2020년 초 2936만 개에서 2021년 1월 말 3696만 개로 무려 760만 개가 증가했다. 2020년 개인 투자자의 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은 각각 4387조원, 4323조원에 이르고 2016~2019년 평균에 비해 2.9배 증가한 수준이며, 2020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5배 규모였다. 아래 자료를 보면 2019년 하반기부터 코스피나 코스닥이나 뚜렷한 상승추세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가지수 추이. [자료 한국거래소 〈증권선물〉]

주가지수 추이. [자료 한국거래소 〈증권선물〉]

그렇다면 이런 시장 상황에서 퇴직연금시장은 어떠했을까? 사실 퇴직연금시장에서 주가지수 호황의 영향을 반영한 통계자료는 찾기는 힘들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일단 적립금을 자신의 안정적 노후수단으로 생각하는 ‘원금사수’ 의지 때문에 주가지수 상승에 편승해 적립금을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설령 있더라도 더디게 나타날 것이다. 이런 추세는 다음의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2019년에 비해 2020년 실적배당형 상품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적립금 운용현황 비교. '19년도 적립금 운용현황(좌). '20년도 적립금 운용현황(우). [자료 고용노동부]

적립금 운용현황 비교. '19년도 적립금 운용현황(좌). '20년도 적립금 운용현황(우). [자료 고용노동부]

그러나 퇴직연금 시장을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는 조사가 있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가 국내 최초로 MZ세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MZ세대의 은퇴인식과 퇴직연금 운용 트렌드’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 중 MZ세대를 중심으로 실적배당상품을 활용한 적립금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DC형 퇴직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보다 높은 실적배당상품 비중을 보이고 있다. DC 가입자 평균과 MZ세대의 실적배당형상품 투자비중은 각 21.8%, 37.6%였다.

둘째,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적극적 운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배당상품 편입비중도 높고 운용수익률도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2년 이내 실적배당상품으로 자산배분을 바꾼 가입자는 28%였고, 변경 후 수익률 개선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했다.

넷째,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본인 적립금의  자산배분 상태를 잘 아는 집단은 퇴직연금 분산투자 정도 및 수익률이 양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M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1982년~1994년생)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 합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현재 청년층 경제활동인구를 구성하는 우리 사회 중심 세대다. MZ세대 직장인은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중 37.9%를 차지하고 DC형 가입자 중 34.4%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는 향후 장기근속과 퇴직급여 적립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을 이끌 신세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 규모 및 세대의 비중. [자료 통계청, 퇴직연금 통계,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 규모 및 세대의 비중. [자료 통계청, 퇴직연금 통계,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2022년 퇴직연금 가입자의 움직임을 전망해 보면 우선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다. 이런 추세를 이끌 주역은 MZ세대 가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MZ세대들 중에서도 개인형 IRP가입자가 실적배당형상품 운용의 주역이 될 것이다. 넷째, 이 추세는 오는 7월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제도)의 시행으로 폭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게 차지하는 MZ세대로부터 자산운용 변화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다. 이를 계기로 퇴직연금제도에서 가입자가 주인되는 길이 열리기를 희망해 본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지금까지의 마케팅 관행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마케팅은 가입실적 위주에서 가입자에게 어떻게 의미있는 투자수익률 성과로 보상할 것인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은 가입자 알기다. 가입자 알기는 단기적 인구통계적, 지리통계적 세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정말로 ‘효익세분화(benefit segmentation)’를 통한 ‘효익창출(benefit creation) 극대화’에 일로매진해 가입자를 중심에 세우는 사업자가 앞서가 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 효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정보, 지식 그리고 교육의 확충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이같은 효익 창출 투자전략을 구사한다면 가입자와의 평생 동반자 관계를 쉽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타겟팅을 해야 할 가입자는 MZ세대다. 아들은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추구하는 효익에 부응할 수 있다면 2022년부터 퇴직연금시장에 MZ세대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해 본다. 그리고 이들이 결국 미래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세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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