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연금 좋지만 일시금 탈래"…‘연금퍼즐’ 풀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2.01.22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100)

퇴직연금의 존재 이유는 연금화다. 연금화율이 높지 않는 퇴직연금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연금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인식할 수 있는 가입자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의 존재 이유는 연금화다. 연금화율이 높지 않는 퇴직연금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연금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인식할 수 있는 가입자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pixabay]

‘김성일 퇴직연금 이야기’ 칼럼이 2018년 3월 시작된 이래 꼭 100회가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응원해 주시고 졸고를 읽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100번째 칼럼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는 성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퇴직연금제의 존재 이유는 궁극적으로 가입기간 동안 적립금을 키워 연금으로 받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퇴직연금제의 연금화율은 어떤가? 아래의 [그림1]과 같이 참담한 실정이다.

2020년 만55세 이상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37만4357개 계좌에서, 대부분 일시금 수령을 선택(96.7%, 36만1953좌)하였으며, 연금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3.3%(1만2404좌)에 불과하였다. 연금수령을 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8조3048억원 중 28.4%(2조 3565억원)가 연금으로 수령해 금액이 커야 연금수령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립금이 적은 소액 계좌의 경우 연금보다는 일시금 수령이 많은데, 이는 선호라기보다는 연금으로 수령하면 푼돈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시금으로 받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연금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개선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전반적인 퇴직연금제 연금화율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첫째, ‘연금퍼즐’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연금퍼즐현상이란 가입자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일시금 또는 기타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비합리적 행태를 말한다. 2016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의 58.5%는 연금, 28.5%는 소득인출형 연금(부분연금)으로 수령하길 원해 연금 선호도는 87.0%인 반면, 일시금 선호도는 13.0%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15년 12월 기준 55세 이상 퇴직자의 약 92.9%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였다. 금액상으로 보면 겨우 2.6%만이 연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도 심한 연금퍼즐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둘째, 일시금 수령과 연금수령 두 수령방법 간 세액 및 세율 차이가 미미해서 연금화 유도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소득세법상 적립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더라도 적용되는 공제의 종류가 많고 공제 혜택의 액수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일시금 수령 시 적용되는 세금부담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행 소득세법에 의해 결정되는 세금부담은 일시금으로 수령하고자 하는 가입자를 연금수령으로 전환할 만큼의 유인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셋째, 중도인출 남용 현상이다. 2019년 중도인출 인출 사유별로 보면 장기요양 27,430명(1조 4,382억원), 주택구입 22,023명(8,382억원), 주거임차 16,241명(3,940억원)으로 1인당 평균 인출금액은 3,800만원이며, 장기요양의 경우 5,200만원으로 평균 인출금액이 가장 높았으며, 주택구입 및 주거 임차의 평균 인출금액은 각각 3,800만원, 2,400만원이었다([그림4] 참조). 홍원구(2021)는 2018년과 2019년 장기요양 관련 중도인출의 급증 원인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인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홍원구, 주택 관련 중도인출이 퇴직소득에 미치는 영향, 이슈보고서 21-26, 자본시장연구원)

즉, 장기요양 사유의 중도인출은 주택가격의 동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으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의 장기요양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평소에는 자신의 소득에서 부담하고 있던 퇴직연금 가입자가 주택 관련 비용이 상승하여 장기요양 목적의 중도인출을 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주택가격 상승이 중도인출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클 가능성이 있어 실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중도인출의 역할을 파악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금화 장애요인들 중 연금퍼즐 현상극복 방안으로 첫째, 소득인출형 연금을 허용하여 급부방식을 보다 다양화하고 이들 방식(연금, 일시금, 소득인출형 연금) 간의 상호조합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가입자 니즈변화를 반영한 옵션가미형 연금상품 제공을 통해 연금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퇴직연금 적립금의 인출범위를 확대하여 연금해지를 방지하고 일시금에 비해 연금수령 시 세제혜택이 보다 크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법 개선을 위해서는 김대환·성주호(2017) 등은 일시금과 연금수령방법 간 세금부담 차이가 미미한 것은 일시금수령 시 제공하는 공제의 종류가 많고 그 금액 또한 크기 때문으로 일시금 수령 시 제공하는 공제를 중일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연금수령 시에는 이미 많은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연금수령에 대해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차원에서도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김대환·성주호, 퇴직연금 연금수령을 위한 개정된 소득세법 진단과 개선방안, 연금연구 제7권 제2호,)

중도인출을 완화하기 위해서 이경희(2017)는 첫째, 중도인출에 비해 적립금 유출 효과가 작은 담보대출을 시급히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제 도입 이래 법상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 관련 법 조항의 개선을 통해 퇴직연금사업자에게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담보권 행사를 허용하거나, 대출원금과 이자금액이 담보금액(적립금의 50%)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중도인출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중도인출 사유를 ‘예측 불가능한 경제적 곤란 상황’으로 엄격히 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도인출 사유는 예측 가능한 요인과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한정해야 한다. 즉, 영구장애, 과도한 의료비, 주택압류 등 예측 불가능 한 사건으로 한정하고, 주택구입과 같은 예측 가능한 사유는 제외하는 것이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이경희, 퇴직연금 중도인출 규제와 인출 행동 분석, 연금연구 제7권 제2호)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의 [그림5]와 같다. 퇴직연금 연금화를 위한 세 가지 장애는 어느 하나만 극복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요인들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여 종합적인 개선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지만 [퇴직연금 연금화 대책 조직]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퇴직연금의 존재 이유는 연금화다. 연금화율이 높지 않은 퇴직연금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입자들의 연금화 의지와 연금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인식할 수 있는 가입자 교육의 현실화가 중요하다.

또한, 올해 7월 시행되는 디폴트 제도의 성공적 도입이 이루어져야 하고, 디폴트 보험을 시급히 도입하여 중도인출의 오·남용을 회피할 수 있게 하여 퇴직급여 수령까지 적립금을 보존할 수 있는 기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총합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퇴직연금제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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