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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나토 확장 중단해야"…천연가스 100억㎥ 새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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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70, 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69,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14호각 팡화위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처음으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70, 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69,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14호각 팡화위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처음으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70) 러시아 대통령이 4일 오후 베이징에서 만나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두 정상의 대면 만남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코로나19 방역을 의식해 인민대회당이 아닌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14호각 팡화위안(芳華苑)에서 진행됐다.

시진핑 "'새봄의 만남' 생기와 활력 상징" #푸틴 "러·중 관계 21세기 국제 관계 모범" #푸틴 또 지각…예정 오찬 대신 함께 만찬

푸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극동 지역에서 중국에 100억 입방미터(㎥)의 천연 가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는 “러·중 관계는 사상 유례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양국 관계는 21세기 국제 관계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시진핑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개인적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 소치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8년 뒤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입춘인 오늘 ‘신춘의 만남’은 중·러 관계에 더 많은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러시아를 가장 중요한 전략 동반자이자 의기투합한 친구로 여긴다”며 “오늘 발표한 공동성명은 중러 양국이 중요한 국제문제에서 고도로 일치된 입장을 체현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민주·발전·안보·질서에 대한 두 나라 입장을 담은 “신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서방에게 돌리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 중단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회담은 푸틴 전용기가 베이징 시간 오후 2시가 넘어 도착하면서 예정됐던 오찬 대신 회담 후 만찬이 이어졌다. 두 정상은 기념 촬영과 사전 발언 모두 배석자와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 당시 중국은 개막식 당일 인민대회당에서 110여명의 정상급 국빈을 환영하는 오찬을 개최했다. 반면 이번 겨울 올림픽에서는 환영 오찬을 개막식 다음 날인 5일로 미뤘다. 시 주석이 푸틴과의 만남을 그만큼 중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청소년 아이스하키 리그 결승전에 앞서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크렘린 푸틴 홈페이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청소년 아이스하키 리그 결승전에 앞서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크렘린 푸틴 홈페이지]

전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댜오위타이에서 중·러 외무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공동 성명 문안을 조율했다. 회담 후 “러시아 측은 러·미, 러·나토 관계의 최근 상황을 설명하고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고, 중국은 이를 이해하고 지지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또 한반도·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입장 조율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푸틴 방중을 둘러싸고 러시아는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조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전날 “2021년 양국 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1460억 달러를 기록했다”며 “특히 러시아는 2020년 중국의 석유 수입 총량의 15.4%인 8357만톤을 공급했으며 이는 사우디에 이어 2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위안화와 루블화의 상호 결제가 보편화해 지난 2020년 자국 통화 결제 비율이 25%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중·러의 경제 밀착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비해 미국의 경제 제재의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를 겨냥해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암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그러한 (제재) 결과의 일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며 “실제로 러시아 경제를 여러 측면에서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는 4일 러시아가 중국에 판매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에 비해 비싸다고 지적하고, 푸틴은 중국을 이용해 유럽과 미국을 상대로 전략적 공간을 넓히려는 벼랑끝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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