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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보일러 안틀어도 뜨듯" 난방비가 6분의 1 된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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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80년대 초반 지어진 서울 구로구 궁동데이케어센터(옛 궁동경로당·사진 왼쪽)는 지난해 13억 8800만원을 들여 저탄소 건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사진 궁동데이케어센터·이수민 기자]

1980년대 초반 지어진 서울 구로구 궁동데이케어센터(옛 궁동경로당·사진 왼쪽)는 지난해 13억 8800만원을 들여 저탄소 건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사진 궁동데이케어센터·이수민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노인복지시설인 궁동데이케어센터. 서울시의 ‘그린 리모델링’ 사업이 이뤄진 건물이다. 지난해 3층짜리 건물 골조에 내외부 단열재가 보강됐다. 단열재 두께만 17.5㎝다. 센터 측은 창호·냉난방설비 등을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바꾸고, 옥상엔 태양광(3㎾급) 설비도 설치했다. 현재 모자란 전력 생산량만큼만 일반 전기를 쓴다. 센터엔 열 회수형 환기장치도 설치됐다. 환기 때 내부 공기의 열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차가운 공기를 데워 실내에 공급해주는 장치다. 센터를 바꾸는데 모두 13억 8800만 원의 예산이 쓰였다.

난방비 6분의 1로 줄어 

기존 센터는 1980년대 초반에 준공된 낡은 건물이었다. 빨간 벽돌과 옛 창틀은 단열에 취약했다. “겨울철 외풍에 실내에서도 손발이 시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린 리모델링 후 달라졌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서다. 그런데도 오히려 전기료 등은 낮아졌다. 보통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이 60~70만 원가량 나왔었는데, 그린 리모델링 후에는 35만 원으로 줄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월 30만 원 이상 나오던 도시가스 요금도 5만 원만 낸다고 한다. 6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었다.

강명주 궁동데이케어센터 팀장은 “영하 10도의 날씨에 가스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온기가 유지될 정도”라며 “아낀 난방비는 어르신과 직원의 복지사업비 등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로구 구립가온어린이집. 지난해 3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11월 완공됐다. 이 어린이 집의 신임철 원장이 새로 설치된 이중 창을 열고 있다. 이수민 기자

서울시 구로구 구립가온어린이집. 지난해 3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11월 완공됐다. 이 어린이 집의 신임철 원장이 새로 설치된 이중 창을 열고 있다. 이수민 기자

노후 건물 밀집 서울시, 그린 리모델링 집중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한 주요 실행방안 중 하나가 그린 리모델링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특성상 건물 밀도가 상당히 높다. 건물 내 에너지 사용 등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3236만 8000t(2018년 기준)에 달한다. 서울시 전체 배출량의 68.8%를 차지할 정도다. 3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이 28만동(47%) 규모인데,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만 줄여도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린리모델링 효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린리모델링 효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를 위해 서울시는 노후건물 100만호를 ‘저탄소 건물’로 바꿀 계획이다. 내년부터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을 새로 지을 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ZEB는 단열성능 등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것을 의미한다. 공공은 물론 민간도 포함된다. 2025년엔 ZEB 의무도입 기준이 1000㎡ 이상 건물까지 확대된다.

서울시는 최근 2년간 12곳 경로당의 건물 에너지 효율을 80% 수준으로 높인 경험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에너지 효율 30% 향상은 102곳이나 된다.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가온어린이집이 그중 하나다. 신임철 가온어린이집 원장은 “(그린 리모델링) 공사 후 아침 시간과 아이들 낮잠시간 때만 잠깐 보일러를 틀어도 온기가 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영흥석탄화력조기폐쇄 인천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인천시 영흥도 영흥화력발전소 인근 해상에서 발전소 조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영흥석탄화력조기폐쇄 인천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인천시 영흥도 영흥화력발전소 인근 해상에서 발전소 조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흥 1·2호기 조기폐쇄 추진 

서울시뿐 아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기후위기 대응에 나섰다.

인천시는 올해 ‘탄소 다이어트’에 나선다.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조기 폐쇄 추진방안도 담겼다. 영흥 1·2호기는 2004년 준공됐다. 각각 80만kW로 당시 국내 최대 발전용량이었다. 이때만 해도 수도권 전력수급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유연탄을 원료로 쓰다 보니 현재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1·2호기의 원래 폐쇄 예정 시기는 2034년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이 시기를 4년 앞당기려 한다. 조기 폐쇄가 이뤄질 경우 2030년 인천지역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은 22.1%에서 30.1%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충북의 한 시멘트 제조시설 모습. 중앙포토

충북의 한 시멘트 제조시설 모습. 중앙포토

시멘트 공장에 CCU기술 활용 

충북도는 올해 저탄소 연료화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핵심은 탄소 포집활용(CCU)이다. 시멘트 산업은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더욱이 충북지역엔 전국 시멘트공장 10곳 중 4곳이 몰려 있다. 시멘트 생산 공정에 CCU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포집, 메탄올 등 청정연료를 생산하겠단 구상이다. 충북도는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90억 원(국비 210억 원 포함)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업이 안착할 경우 탄소배출 감소는 물론 메탄올 수급에도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에 따르면 메탄올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수입 규모는 180만t으로 6000억원 규모다.

만만치 않은 기후변화 대응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계획이 쉽지만은 않다. 그린 리모델링 경우 민간의 관심이 절실하다. 특히 그린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 관리문제가 시급하다. 실제 한 3층짜리 건물의 경우 폐기물이 98t가량 나오기도 했다. 자칫 폐기물 처리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린 리모델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배출량 못지않게 많아질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쓸 수 있는 골조는 재활용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건물을 아예 신축하는 것보단 50~80%까지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조기폐쇄는 정부가 받아들일지 현재로써는 확실치 않다. 지난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년)에선 일단 제외됐다. 대신 2034년 1·2호기 연료를 유연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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