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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찹쌀 수입, 1년새 1만6669배 증가했다…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쌀 판매대.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쌀 판매대. 연합뉴스

찹쌀 수입량이 지난해 갑자기 1만6669배 급증했다. 그것도 사실상 전부를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찹쌀 수입은 왜 이렇게 급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산 찹쌀 수입의 배경에는 오히려 한국 쌀 보호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숨어있다.

찹쌀 수입 실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찹쌀 수입 실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일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찹쌀 수입량은 5000.8t을 기록했다. 수입 금액으로 보면 599만9000달러(약 72억원)어치다. 지난해 수입한 찹쌀의 99.99%는 중국산이었다.

1년 전인 2020년에는 찹쌀을 거의 수입하지 않았다. 연간 수입량이 0.3t에 불과했다.

통상 어느 한 품목의 수입이 급증하는 배경으로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해당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거나 ▶국내 생산이 갑자기 중단됐거나 ▶기존에 없던 품목이 새로 출현한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뒤 귀금속 장신구 수입이 늘어나고, 집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면서 와인 수입도 증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찹쌀 수입, 누가 했나

하지만 찹쌀은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이유가 있거나, 국내 생산이 없었던 품목이 아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사들여야 1만6669배라는 급격한 공급량 변화가 가능하다. 특히 쌀은 한국이 무역 시장에서 대표적으로 보호해온 중요 품목이다.

그런데 지난해 찹쌀 수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했다. 한국은 매년 일정량의 외국산 쌀을 수입해야 하는데, 국내 쌀 가격에도 피해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그때그때 필요한 쌀을 수요 계산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쌀 시장 개방, 대신 일정량 수입해야 

한국은 수입 쌀에 513%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쌀 시장은 개방했지만, 국내 쌀 농가 소득 보전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쌀 관세화’ 조치다.

대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일정 물량(저율관세할당물량·TRQ)은 5%의 낮은 관세로 수입해야 한다. 한국이 매년 수입해야 하는 의무량은 40만8700t이다. ‘쌀 40만8700t씩은 사줄 테니 이 이상은 높은 관세를 물고 들어와라’라는 일종의 보호 장치인 셈이다.

TRQ 중에서도 국가별로 수입해야 하는 ‘쿼터’가 존재한다. 미국·중국·베트남·태국·호주 등 한국의 쌀 고율 관세에 이의를 제기했던 국가들에게 각각 최근 수입 실적을 기준으로 배분한다. 중국에 할당된 쿼터가 15만7195t으로 가장 많다.

찹쌀만 수입하는 걸까?

지난해에는 국내 식품 가공업체 등에 쌀 관련 품목에 대한 수요 조사를 거친 뒤 5000t의 찹쌀을 수입하기로 했다. 2020년 쌀 생산이 평년보다 적어 지난해 찹쌀 수요가 일부 발생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수입한 찹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관리를 맡아 입찰을 통해 업체에 공급한다.

매년 국내 쌀 가격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세부 품목별로 쌀 수입량을 조절한다. 대부분은 오랜 기간 보관이 비교적 용이하고 가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현미로 수입하고, 술의 원재료인 주정 수요가 있을 때는 쇄미(싸라기)를 수입하기도 한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 시장은 관세화를 통해 수입 자유화가 돼 있지만, 정부는 쌀에 대한 관세를 통해 국내 시장 교란과 농가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농가의 소득과 국민의 주식인 쌀 산업의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국제사회와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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