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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선수들 베이징 올림픽 갔다면?…북에 겨울 스포츠는 '사치'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달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2월 4일 개막 예정인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2월 4일 개막 예정인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3면에는 북한 올림픽위원회와 체육성 명의의 편지가 올라왔다. 북한이 오는 2월에 열리는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은 불참 이유로 "적대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유행전염병상황"을 꼽았지만, 사실 북한 선수들의 불참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북한의 도쿄 올림픽 불참 결정에 따른 징계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해 9월 북한 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을 2022년까지 정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들이 북한 국적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막힌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면, 선수단 규모나 목표 성적은 어땠을까. 북한의 겨울 스포츠 수준을 알아봤다.

세계수준 못 미치는 경기력

춥고 긴 겨울, 풍부한 적설량. 북한은 한국보다 겨울 스포츠에 유리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하지만 경기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그간 사례를 봐도 북한 선수들에게 올림픽 본선의 문턱은 높았다. 이는 최근 열린 네 차례 겨울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규모로도 알 수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염대옥 강릉 아이스 아레나 메인링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염대옥 강릉 아이스 아레나 메인링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올림픽 6명,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2명, 2018년 평창 올림픽 22명. 2014년 우방국인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에는 출전권 획득에 실패해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낼 수 없었다. 22명이 경기에 나선 평창 올림픽 때도 초청선수(와일드카드)가 아닌 자력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는 피겨 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2명 뿐이었다.

출전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올림픽이지만, 획득한 메달 수도 북한 겨울 스포츠의 수준을 보여준다. 북한은 그동안 참가한 8번의 겨울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1개씩 획득했다. 북한이 여름 올림픽에서 따낸 54개의 메달(금 16·은 16·동 22)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이다.

'사치품 제한' 대북제재도 영향

현대 스포츠에선 장비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겨울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빙상 종목 선수들이 착용하는 스케이트화부터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종목의 썰매까지 각종 장비에는 첨단기술이 접목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완공된 마식령스키장의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를 오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완공된 마식령스키장의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를 오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고강도 제재가 겨울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스포츠 용품은 2016년 3월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대북 수출이 금지되는 사치 품목에 포함됐다.

북한 아이스하키팀은 2017년에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첨단 탄소 섬유 스틱을 제공받았지만,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어 반납해야 했다. 제재로 스키 설비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북한이 새로 건설한 마식령 스키장에 백두산 삼지연 스키장의 구형 리프트를 뜯어와 설치한 것도 잘 알려진 사례다.

IOC는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되자 선수 훈련용 스포츠 용품에 대해서는 수출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안보리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보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이 IOC의 요청을 거부해 무산됐다.

국제 대회 참여도 코로나로 중단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은 북한의 스포츠 교류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방역을 이유로 도쿄 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은 물론 베이징 겨울 올림픽까지 불참을 선언했다.

이런 국제대회 불참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열약한 보건·의료 상황이 반영된 조치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선수들의 '비자발적 칩거'는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한 진정 국면에 들어설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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