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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홍보, 적자경영 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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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연주(60) 전 KBS 사장을 다시 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한 KBS이사회(이사장 김금수)의 결정에 대해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일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라며 진상 조사에 나섰다. KBS 노조와 시민단체도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절차에 따라 KBS의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개입 주장을 일축했다.

◆ "편파 인사 통해 '4부'장악 노려"=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정 전 사장은 KBS의 경영 평가를 꼴찌로 만들었으며 '국민의 방송'을 정권 홍보 방송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김학원 의원을 단장으로 진상조사단을 발족, 임명 제청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김 단장은 "노무현 대통령이'제4부'인 언론까지 장악하려는 것은 권력 분립에 어긋난다"며 청와대의 정 전 사장 임명 거부를 요구했다.

KBS 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 전 사장은 폭탄 맞은 폐허에 낙하산 타고 내려온 또 한 명의 권력 시녀"라며 "청와대 권력들이 밤에 좀 더 편히 잘 수 있는 신경안정제 역할을 하는 게 고작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도 성명서에서 "정치 권력에 아부해 정권 재창출에 일조하려는 세력이 KBS를 장악해도 다시는 국민과 시청자들이 농락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04년 탄핵방송으로 공정성 시비=각계의 반발은 정 전 사장이 2003년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을 맡은 뒤 이어진 편파보도 논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물현대사' 등 정치색 짙은 프로그램과 재독 사회학자인 송두율 교수를 미화한 다큐멘터리가 논쟁을 일으켰다. 정 사장 취임 직후 시작된 매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는 주류 신문과 대립각을 세우며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에 발맞췄다.

2004년 탄핵방송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국언론학회는 탄핵방송을 분석해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성을 잃었다"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 4월엔 당시 KBS 감사였던 강동순 방송위원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 KBS 9시 뉴스에선 19건의 편파성 기사가 나갔다"고 비판했다.

2004년 역대 최대 규모인 638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 평가도 부정적이다. 2005년 3월에는 KBS 노무팀이 노조 회의를 불법 도청해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청와대 "예정대로 갈 것"=청와대는 KBS 사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과거 정권식 발상이며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부인했다. '노 대통령이 정 전 사장 재임명을 거부하라'는 야당과 KBS 노조의 요구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제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정된 절차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 측은 "사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공공성과 독립성.전문성.경영능력.리더십.도덕성 등을 고루 살폈다"고 밝혔다.

강주안.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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