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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LP부터 MP3까지 '녹음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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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리를 잡아라

마크 카츠 지음, 허진 옮김, 마티, 382쪽, 1만8000원

"10인치짜리 78회전 레코드는 재생 시간이 길어야 3분 15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들려줄 것이 많은 음악가에게 이 시간 내에 연주를 하라는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단편으로 쓰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1948년 LP 레코드가 도입되기 전의 시대를 풍미한 재즈 음악가의 회고다. 하긴 이제 LP가 무엇이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시대다. '3분의 한계' 속에 음악을 담아야 했던 시절을 알아야 LP가 말 그대로 '장시간 연주(Long Playing)'라는 건조한 이름을 달게 된 사연을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CD조차도 잊혀졌을지 모를 시대에, 음악은 mp3로 인식되는 이 시대에 '3분의 한계'는 무엇을 의미할까?

요즘에야 다소 사정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가요가 보통 3분 정도의 길이로 만들어지게 된 사연 속엔 바로 이 '3분의 한계' 곧 '녹음 기술의 한계'라는 역사적 연원이 담겨 있다. 고전음악 역시 그랬다. 1925년 스트라빈스키는 '피아노를 위한 LA 세레나데'를 레코드 용량에 맞춰 3분의 분량으로 작곡했다. 그뿐만 아니다. 레코드가 3분짜리 양면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홀수 악장은 레코드의 빈면을 만든다. 따라서 짝수 악장이 상업적으로 도움이 된다. 'LA 세레나데'가 4악장으로 구성된 이유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재생 기술은 '시간의 한계'를 벗어났지만, 처음에 틀 지워진 문화는 여전히 '3분의 한계' 속에 갇혀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음악학 교수인 마크 카츠는 꼼꼼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을 넘나들며 19세기 중반부터 기록되기 시작한 인류의 소리를 추적했다. 이제 인터넷 문명의 유적으로 사라진 음악 파일 공유 시스템 '냅스터'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소리 기록의 역사를 총괄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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