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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근룩 점령한 이 옷…무신사는 1년새 30배 더 팔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골프웨어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패션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새롭게 론칭한 골프복 브랜드만 150여개에 달한다. 기존 브랜드에서 골프웨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경우도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골프장으로 향하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새롭게 선보인 골프복 브랜드가 딱히 ‘골퍼’들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드가 아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평상복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 2010년대 초반 등산복 중심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국민의 일상복을 점령했던 것과 비슷하다.

일상복으로 입어도 손색없는'라이프스타일 골프복'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W컨셉]

일상복으로 입어도 손색없는'라이프스타일 골프복'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W컨셉]

필드 안 나가도 골프웨어 입는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소은(29) 씨는 최근 마르디 메크르디 골프 라인의 맨투맨 티셔츠를 샀다. “경쾌한 색감과 무늬가 마음에 들어 온라인에서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골프복이었다”며 “골프장 아니어도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최근 골프복 시장에 신규 진입한 브랜드들의 공통적 특징은 ‘일상복 같다’는 점이다. 기존 골프복처럼 짧은 치마에 스판 소재의 달라붙는 상의, 알록달록한 무늬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넉넉한 실루엣의 맨투맨이나 니트, 넓은 통의 반바지, 단순한 로고를 활용한 후드 티셔츠나 바람막이 점퍼 등이 대부분이다.

산뜻한 컬러감과 경쾌한 디자인, 야외활동하기 쉬운 편안함이 요즘 골프복의 특징이다. [사진 무신사]

산뜻한 컬러감과 경쾌한 디자인, 야외활동하기 쉬운 편안함이 요즘 골프복의 특징이다. [사진 무신사]

이런 흐름은 무신사·W컨셉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패션몰에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무신사 골프 카테고리 ‘골프판’은 오픈 1년 만에 거래액으로 30배나 성장했다. 배경에는 필드 패션은 물론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골프복 브랜드의 활약이 컸다. ‘소셜그린클럽’ ‘클로브’ ‘제이미웨스트’ ‘마르디메크르디 악티프’ 등이다. 조윤지 무신사 골프팀 파트장은 “요즘 골프복 브랜드가 대세가 되면서 이들의 스웨트셔츠나 로고가 박힌 볼캡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골프나 테니스 등 야외 활동을 전체로 디자인된 옷들이다 보니 컬러와 디자인이 산뜻하고 움직임이 편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편안한 디자인이 많다. [사진 무신사]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편안한 디자인이 많다. [사진 무신사]

구분 없이 입어야 ‘가성비’ 좋다

여성 온라인 패션몰 W컨셉은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캐주얼·라이프웨어 카테고리에서 신규 브랜드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특히 기능성을 강조한 골프복 브랜드의 인기가 높았는데, ‘르쏘넷’ ‘후머’ 등이 대표적이다. 오지영 W컨셉 캐주얼 파트장은 “젊은 골퍼일수록 필드와 일상에서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노해슬웨어(No-hassle wear)’를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필드와 일상에서 구분없이 착용할 수 있는 '노해슬웨어'가 대세다. [사진 W컨셉]

필드와 일상에서 구분없이 착용할 수 있는 '노해슬웨어'가 대세다. [사진 W컨셉]

코오롱FnC의 젊은 골퍼를 겨냥한 브랜드 ‘왁’도 지난해 하반기(7월~12월) 200% 성장했다. 인기 요인으로는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상에서 입기 쉬운 디자인이라는 점이 꼽힌다.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골프웨어’다. 골프 플랫폼 ‘더 카트 골프’에서도 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점프수트와 넉넉한 실루엣의 스윙점퍼,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미디스커트와 버뮤다 팬츠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혔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골프복을 사서 필드에서만 입는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두루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특히 인기”라며 “예전 아웃도어 브랜드가 뜰 때 등산복 입고 출근하듯 요즘엔 골프복 입고 출근하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넉넉한 실루엣의 스웨트 셔츠나 니트, 볼캡, 가디건 등이 특히 인기다. [사진 코오롱 FnC]

넉넉한 실루엣의 스웨트 셔츠나 니트, 볼캡, 가디건 등이 특히 인기다. [사진 코오롱 FnC]

골프복 호황, 2010년 등산복 호황과 닮아

하루가 멀다고 신규 브랜드 오픈 소식을 알리고 있는 골프복 시장은 약 10년 전 등산복 호황기를 떠올리게 한다. K2·노스페이스·밀레·블랙야크 등 본격 등산 전문 브랜드가 일상복까지 침투했던 그 시절 말이다. 패션 업계에선 2020년대의 골프복이 아웃도어의 과거 위상을 재현할 것으로 예측한다.

연초부터 골프복 브랜드 사이에서 빅 모델 경쟁도 뜨겁다. 크리스에프엔씨는 골프웨어 ‘파리게이츠’의 2022년 광고 모델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를 기용했다. 패션그룹 형지의 ‘까스텔바작’은 배우 박신혜가, 데상트코리아의 ‘르꼬끄 골프’는 소녀시대 효연과 유리가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와 업계에 따르면 골프복 시장은 지난해 5조7000억원, 올해는 6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골프복 시장이 조명받으면서, 기존 브랜드에서도 골프웨어 확장에 나섰다. 구호의 골프 캡슐 컬렉션. [사진 삼성물산]

골프복 시장이 조명받으면서, 기존 브랜드에서도 골프웨어 확장에 나섰다. 구호의 골프 캡슐 컬렉션. [사진 삼성물산]

다만 우후죽순 생기는 골프 브랜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10년 초부터 2014년까지 약 7조 원대로 규모를 불렸던 아웃도어 의류 시장은 2019년 2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문 등산복을 연상시키는 브랜드보다는 레깅스·조거 팬츠·후드티셔츠 등 편안한 애슬레저(가벼운 운동복) 브랜드가 유행을 타면서부터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론칭한 84개의 브랜드 중 16개가 골프복 브랜드로,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며 “신규 브랜드의 경우 기능성은 기본, 독보적 브랜드 정체성을 지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골프복 브랜드는 젊은 소비자들로 주 공략층을 재설정하거나, 파편화된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편집형 브랜드로 재구성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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