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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즐기는 MZ 세대…쫄바지는 외출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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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레깅스는 운동복이라기보다 일상복에 가깝다. 요가·필라테스는 물론 조깅이나 등산, 심지어 골프를 칠 때도 레깅스를 입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집 근처 카페나 동네 마트에서도 이제 레깅스 패션은 흔하다.

남 시선 신경 안 쓰는 ‘자기 몸 긍정주의’ #산뜻한 색상, 몸매 보정 ‘만능템’ 레깅스 인기몰이

가장 큰 이유는 편안함이다. 피부에 착 달라붙는 듯한 착용감과 어떤 동작을 해도 자유로운 신축성이 뛰어나다. 색상도 과거엔 주로 검은색이었지만 요즘은 고운 파스텔톤으로 다양해졌다. 단순히 잘 늘어나는 검은색 쫄바지에서 운동과 일상을 아우르는 ‘만능템’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런 레깅스가 최근엔 한 차원 더 진화하고 있다. 생리 기간에 입는 레깅스부터 ‘Y존’에 특화된 설계까지 여성의 신체 특성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추세다.

국내 레깅스 시장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레깅스 시장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요가나 헬스 등 운동을 할 때 주로 입던 레깅스가 일상으로 파고든 건 2010년도 중반부터다. 2013년 방송인 클라라가 줄무늬 흰색 레깅스를 입고 야구 시구에 나서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뒤, 레깅스는 운동복에서 몸매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운동할 때뿐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레깅스를 입는 이들이 늘어났고, 남의 시선과 상관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긍정하는 ‘자기 몸 긍정주의’가 확산하면서 레깅스 시장의 성장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운동하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변화도 한몫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1』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운동을 즐기는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생활 방식을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 바 있다. 젊은 여성이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면서 레깅스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때마침 기능성과 패션을 동시에 강조하는 국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레깅스 시장은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6억원에서 2018년엔 7142억원, 2020년엔 762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추산한다.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능성을 중시하는 운동복 분야는 해외 브랜드의 독무대로 통한다. 하지만 레깅스만큼은 다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레깅스 전문 기업 3사인 젝시믹스·안다르·뮬라웨어의 매출은 2307억원으로 전체 레깅스 시장의 30.3%를 차지했다. 비결이 뭘까. 업계에선 여성의 니즈를 섬세하게 공략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안다르는 레깅스를 입으면 드러나는 민망한 Y존의 봉제선을 없앤 제품을 내놨다. 검은색 일색이던 레깅스 시장에 연보라색·민트색·핑크색 등 화사한 색을 선보이기도 했다. 젝시믹스는 Y존에 원단을 한 겹 더 대고 배가 말리지 않는 밴드를 넣었다. 뮬라웨어는 업계 최초로 키가 160㎝ 이하인 여성들을 위한 ‘노컷’ 레깅스를 개발했다. 레깅스의 길이가 길어 잘라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한 결과다. 운동 효과는 물론 몸매 보정 효과의 절개선을 넣는 것도 특징이다. 젝시믹스는 옆 라인과 엉덩이 윗부분에 절개선을 더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여성 특화 레깅스 설계는 글로벌 브랜드도 따라오는 추세다. 지난 17일 아디다스는 생리 기간에도 입을 수 있는 ‘디데이(D-day) 타이츠’를 내놨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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