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뛰어야 산다....100만원 인상설에 디올도 ‘오픈런’

중앙일보

입력

샤넬·롤렉스에 이어 디올도 ‘오픈런(매장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 뛰어가는 것)’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인상 소문이 돈 지난 주말부터 각 백화점 디올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명품 업계 및 관련 커뮤니티에 따르면 디올은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품목의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디올 측은 “가격 인상 관련 답변을 드릴 게 없다”고 답했지만, 매장 판매 사원 및 해외 구매 대행업체, 업계 관계자 정보를 종합해볼 때 가격 인상은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디올 레이디 백. [사진 디올 공식 홈페이지]

디올 레이디 백. [사진 디올 공식 홈페이지]

최대 20% 인상설에 백화점마다 북새통

17일 오전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디올 매장 앞 모습. 대기 등록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유지연 기자

17일 오전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디올 매장 앞 모습. 대기 등록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유지연 기자

디올의 가격 인상 소식이 구체화한 지난 15일부터 전국 주요 백화점 디올 매장은 인상 전 구매하려는 소비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 잠실 에비뉴엘 디올 매장 앞에는 오픈 시간 즈음 약 100명의 대기 고객 몰렸다.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본점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 비해 비교적 한산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디올은 지난해 2월에도 품목별로 가격을 약 3~13% 올렸다. 특히 올해 인상은 예년보다 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0%까지 인상설이 돌면서 구매 대기자들이 서둘러 매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20% 인상이 적용되면, 인기 가방인 ‘레이디 디올 스몰’은 현 56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오른 680만원대로 책정된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며칠만 서두르면 100만원 싸게 살 수 있다”“가격 인상한다니까 뭐라도 사서 나왔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연초 명품 가격 인상 러시, 소비자는 ‘부글’

롤렉스의 인기모델 서브마리너 데이트 제품. [사진 롤렉스]

롤렉스의 인기모델 서브마리너 데이트 제품. [사진 롤렉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보복소비’ 현상으로 호황을 맛본 명품 업계는 연초부터 계속해서 인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1일 롤렉스에 이어, 4일 에르메스, 12일 델보 등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 업계는 연말 연초는 통상적으로 환율과 관세 등이 조정되는 시기로 가격 인상이 예년과 다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상 폭이 지나치고 너무 잦다는 반응도 나온다. 롤렉스는 1일, 품목별로 10~16%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프라다가 가방류 가격을 5~10% 올렸다. 샤넬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대대적으로 가격을 올렸고, 1월 소폭 조정까지 더해 1년 동안 총 세 번이나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조정이 너무 잦고 기습적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완불 대기’ 고객 취소 처리, 명품사 ‘값’질

지난 5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5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일부 디올 매장에서는 제품이 없어 미리 결제하고 대기하는 일명 ‘완불 웨이팅’ 고객에게도 취소 통보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돈을 모두 내고 기다렸던 소비자들이 “제품 입고 계획이 없다”며 대기를 취소하라는 일방적 요청을 받은 것이다. 명품 커뮤니티에서는 “인상 후 더 높은 가격으로 팔려는 브랜드의 갑질이다”“물건 팔 때는 해외 제작 상품이라 취소도 안 된다고 하더니 인상 앞두고 일방적 취소가 말이 되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항의가 잇따르자 일부 디올 매장에선 기존 완불 대기 고객의 경우 취소 처리 없이 순차적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가 더 길어질 수 있어 소비자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오픈런 대란 이면엔 ‘리셀러’ 동참

14일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나이키 골프화 오픈런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14일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나이키 골프화 오픈런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명품 업체의 배짱 인상 뒤엔 명품을 향한 열광적 ‘초과 수요’가 있다. 쉽게 말해 가격을 올려도 잘 팔리기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는 얘기다. 인상 소문만 돌아도 매장 대기 줄이 길어지는 현상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17일 현재 리세일 플랫폼 '크림''솔드아웃'에 올라온 나이키 에어조던1 골프화. 한때 74만원까지 거래가 됐다. [사진 크림, 솔드아웃 캡처]

17일 현재 리세일 플랫폼 '크림''솔드아웃'에 올라온 나이키 에어조던1 골프화. 한때 74만원까지 거래가 됐다. [사진 크림, 솔드아웃 캡처]

초과 수요에는 ‘리셀러(재판매자라는 뜻)’가 끼어 있어 수요가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직접 제품을 쓰기 위해 사는 사람들에 더해 중고 판매를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의미다. 지난 14일 출시된 나이키 에어 조던 로우1 골프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7만9000원으로 출시된 이 골프화는 17일 기준 리세일 플랫폼에 약 4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올라와 있다. ‘오픈런’까지 불사해 산 사람이 해당 제품을 중고 거래로 팔면 약 40만~50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디올 역시 레이디 백을 정가로 산 뒤 인상 가격으로 올려 판매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중고 거래 카페에선 인기 색상은 최대 170만원까지 프리미엄을 붙인 매물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