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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야의 꼴사나운 추경 35조원 증액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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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도별 1차 추경 처리일자

연도별 1차 추경 처리일자

재원도 없는데 1월 추경 더 늘리기로

대선에서 이기고 보자며 재정 폭주  

여야 대선후보들의 ‘묻지마 식’ 돈 퍼붓기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거의 매일 나랏돈 퍼붓기 공약을 꺼내들고 있다. 그 액수를 다 더하면 얼마가 될지 이제는 계산하기도 어려워졌다. 두 후보는 마치 ‘누가 나랏돈 더 많이 쓸 수 있나’ 경쟁을 벌이듯 가는 곳마다 예산 지원 공약부터 꺼내든다. 그걸 보는 국민은 이제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번에는 1월 추경 증액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의결되자마자 추경 규모를 35조원으로 늘리자면서다. 오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여야는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그야말로 국회에서 추경안 의결이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묻고 더블로 가자’는 극단적 상황이다. 여야가 모두 증액 자체에 동의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초 1월 추경 자체도 한국전쟁 이후 71년 만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많았다. 아무리 코로나 비상시국이라고 해도 국채 발행까지 동원한 608조원 규모의 거대 본예산이 발걸음을 떼자마자 추경을 거론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선되지 않으면 감옥에 간다”는 괴담이 나올 정도로 선거가 과열되면서 그야말로 황폐해지든 말든 내 것 아니니까 먼저 쓰고 보자는 ‘공유지의 비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정 거수기로 전락한 기획재정부로선 난처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세수 추계 실패로 초과세수가 60조원 넘게 들어오면서 추경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는 재정 폭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국가채무 비율을 왜 국내총생산(GDP)의 40%에서 제한하느냐며 나랏돈을 써 온 문재인 정부 5년간 추경은 모두 10차례에 달했다. 그 규모가 150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전 3개 정부의 추경 규모 9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재정중독을 넘어 재정 폭주라고 할 만하다.

기가 막힌 것은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도박 심리가 퍼지면서 야당도 맞불 놓기 식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윤 후보가 사병 월급 200만원을 외치자 이 후보는 즉각 1000만 국민 대상 탈모약 지원에 이어 청년 기본소득 연 100만원 등 현금 살포 공약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자고 한다. 하지만 예산 조달 방법은 안 보인다. 야당은 예산 구조조정을 거론하지만,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한번 구멍 뚫린 국가 재정은 회복이 어렵다. 당선되고 나서도 뒷감당이 안 된다. 당장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푸는 바람에 부작용이 적지 않다. 대규모 국채 발행 여파로 시중금리가 뛰면서 빚 많은 소상공인은 이자 부담에 시달린다. 경제를 왜곡하는 돈 퍼주기 경쟁을 중단해 주기 바란다.